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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신부이야기] 21.‘마음 밭’에 살아야 할 것

입력일 2007-03-25 수정일 200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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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하리니!

우리는 흙의 고마움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간다. 꽃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새콤한 열매 맛을 즐기며 자연의 정경에 흠뻑 취할 줄은 알지만 그것을 자라게 한 흙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관심하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미생물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무를 옮겨 심을 때 미생물 배양액인 막걸리를 흠뻑 뿌려 주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땅속에 벌레, 지렁이 등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땅이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천천히 땅을 걷다 보면 우리가 밟고 다니는 땅에서 참 많은 생물이 살고 있음을 안다.

땅이 살기 위해서 그 속에 생명이 살아 있어야 한다면, 땅에서 난 사람도 살기 위해서는 그 안에 살아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날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웃고 싸우고 헤어지고 기다리며 사랑한다. 그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도 가슴 한구석에선 찬바람이 불고 왠지 외로워짐을 느끼는 건, 진정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땅히 사람의 마음 속에 살아 있어야 할 그 무엇이 죽어 있기에 사람을 많이 만나도 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짓말하는 사람,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 돈만 최고로 아는 사람, 시기·질투·욕심이 많은 사람, 허풍쟁이·간사함·이간질·화내는 사람, 내 것밖에 모르는 이기심과 미움, 교만 등…

이런 것들이 가득 차 있다면 이미 죽은 사람이다.

‘마음 밭’에 살아 있어야 할 것들이 죽은 사람들은, 생명이 없는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을 다 죽인 것이다. 강이 죽는 이유가 공장 폐수 때문이라거나 가축 기르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모두 우리가 죽인 것이다. 우리는 산도 죽였고 강도 죽였고 바다도 죽였고 새도 산짐승도, 그리고 자기 뱃속의 아기도 죽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마음 밭’(양심)이 죽어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생명을 우습게 여긴다. 수많은 공장과 차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들이 별도 죽였고 달도 죽였고 나무도 죽이고 있다. 그래서 결국은 인간까지도 죽어가고 있다.

주님께선 우리를 살리기 위하여 돌아가셨다. 우리는 참으로 그 사랑의 대가로 살게 됐다. 이제 스스로 죽는 일은 없어야 겠다.

내 ‘마음밭’에 죽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고 빨리 살려내자. ‘마음 밭’에 살아 있어야 할 생명의 씨앗은 사랑이다. 용서와 너그러움, 자비와 기다림, 그리움과 따뜻함, 화해 정직 친절 겸손…. 이런 것들이 살아나도록 사랑의 씨앗을 심고 가꾸어야 하겠다. 죽었던 이웃이 살아나고 가정이 살아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살아나기 위하여 말이다. 부활이 다가온다.

허정현 신부 (수원교구 당수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