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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문화영성의 시대] 현대문화의 코드 6.익명성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7-03-25 수정일 200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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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은 익명성을 이용, 악성 댓글로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정보평가능력’ 키워줄 사목적 지원 필요

‘익명’ 무기 삼아 무책임한 악성 댓글 남발

첨단 정보통신 기술은 ‘공동선’ 기여해야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급속히 전파되는 사진과 동영상이 ‘가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과거 단순한 ‘합성’에서 벗어나 아예 자작극 형식으로 만든 각종 패러디 사진과 가짜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은 엉뚱한 개개인에게 피해를 준다. 또 상업적 이익을 위한 시도도 늘어 다양한 윤리 문제를 야기한다.

얼마전 한 연예인이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건 앞에서는 ‘악성 댓글’이라는 폐해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악성댓글에 시달렸다는 모 연예인의 자살사건도 있었다.

인터넷상에서는 매일같이 크고 작은 악성댓글 전쟁이 치러진다. 상대방을 앞에 두고는 할 수 없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대담한 내용들도 ‘내가 알려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이렇게 기본 윤리의식을 망각한 ‘감정의 배설’과 같은 악성댓글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악성댓글과 각종 인터넷 제작물들이 범람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익명성’이 꼽힌다.

‘익명성’은 거대화된 사회 집단에서 개인이 자신만의 개성을 상실하고 평균화되는 것을 가리키는 사회학 용어에서 비롯됐다.

근대 조직사회에서 개인을 하나의 부속품으로 취급하는 사회구조가 그 발단이다. 면식있는 집단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되면 불특정 다수인들이 되어 개인의 행동을 감추고 자기 행동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도 피하는 것이다.

현대사회 들어서 이러한 익명성은 인터넷 등 디지털매체의 발달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잡았다.

현대사회 안에서 디지털 문화는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방식 나아가 삶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디지털매체가 현대인의 의식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급속도로 커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의 인터넷 보급률과 이용인구 비율을 보이는 등 사이버 공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만큼 뒤틀어진 인터넷의 악의적인 면모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포함한 디지털매체의 역기능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정보기술과 인터넷의 사용은 공동선에 대한 봉사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 내에서도 인터넷 등 디지털 매체의 영향력과 복음화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인터넷 윤리’ ‘교회와 인터넷’ 등 인터넷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입장을 담은 문헌 등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들 문헌에서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 문제, 저급한 저널리즘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며, 인터넷의 대중화에 따른 심리적인 문제들과 정신보건학적인 우려들을 지적했다. 나아가 정보를 평가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 개발을 위한 사목적 지원이 적극 펼쳐져야 한다고 밝혔다.

교회는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지지하며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장된 자유, 절대화된 자유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건전하고도 명확한 윤리적 원칙들을 의식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한국교회 내에서는 부족하나마 인터넷 바르게 이해하기 등의 특강이 마련되고 있다. 연령과 대상에 따라 적절한 미디어교육을 다채롭게 마련하는 것은 현대 문화 정화를 위해 한국교회에 주어진 시급한 과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