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님 이야기] 친교의 삶을 삽시다

입력일 2007-01-21 수정일 200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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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가 있어 빛나는 차선

TV와 인터넷은 국경을 넘어 지구를 한 마을처럼 만들었고, 세계를 긴밀하게 연결해 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어떤 결정에 앞서, 이웃과 상의해야 되는 세상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힘센 나라들의 일방적인 독선과 횡포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같은 동포이면서도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는 지역, 계층, 세대 간에 깊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중요한 일중의 하나는 우리 사이를 일치시키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곧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인류의 빛’ 1항)이므로 교회의 자녀들인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일치를 살아야 합니다.

선종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교서 ‘새 천년기’에서 “사랑이야말로 진정 교회의 핵심”(42항)이라면서 “교회를 친교의 원천이며 친교의 학교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막 시작된 천년기에 우리가 당면한 큰 과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하느님의 계획에 충실하고 이 시대의 가장 깊은 열망에 부응하려면 친교를 살고, 증거해야 합니다. 교회는 공동선의 추구를 위하여 인간 존중의 사상을 끊임없이 교육시키는데 있어서 ‘친교의 영성’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고, 인간들 사이에 더 가까워지는 친교가 자라나는 결실을 가져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친교의 도구, 친교의 빛을 비추어야 하는 시대적인 사명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우화의 이야기입니다. 영국에서 어떤 사람이 말에 달구지를 달고 산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고 싶어 지나가는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그 노인은 “빨리 가면 3시간쯤 걸리고, 천천히 가면 2시간이면 됩니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는 노인께서 빨리 가면 2시간 걸리고 천천히 가면 3시간 걸리는 것을 잘못 대답한 것으로 여기고 빨리 달렸습니다.

그러나 산길이 나빠서 달구지가 고장이 났고, 달구지를 고치고 가니 결국 3시간이 걸렸습니다. 천천히 갔더라면 고장이 없어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은 더불어서 함께 사는 존재입니다. 불화 중에 최선을 택하기 보다는 일치한 가운데 차선이 더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일치한 가운데 택한 차선이 분명 최선일 것입니다. 마음을 합칠 때에 최고의 힘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 19~20)

유흥식 주교(대전교구 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