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님 이야기] 순간을 살자

입력일 2007-01-14 수정일 200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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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자

시간은 매우 소중합니다. 특별히 저에게 주어진 매 순간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해 최선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잘 사용하여 이웃에게 봉사하는 덕을 쌓고 싶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잘못, 실수, 어리석은 행동 등이 가끔 우리를 괴롭히고 있음을 경험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고해성사를 통하여 지은 죄를 용서하시고 다시 시작하는 은총의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과거의 좋았던 점에 대하여는 감사드리고, 부족하고 미흡하였고 지은 죄에 대하여는 뉘우치는 마음과 함께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립시다.

지금은 더 이상 과거에 대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도 과거에 대하여 이미 은총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기와집을 짓고 싶지만 정말 불확실합니다. 건강이 불확실하고, 직업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인간은 불확실한 가운데 살아가는 불안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래는 하늘에 달려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자신을 하느님 앞에 놓고 그분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뜻을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루카 10, 27 참조) 지금 이 순간에 행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덕이 많은 수도자를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덕을 쌓을 수 있는 지를 물었답니다. 덕이 많은 수도자께서 “나는 일할 때에 일하고, 기도할 때에 기도하고, 쉴 때에 쉬고, 먹을 때에 먹는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도 그렇게 하는데요” 하고 말하자 수도자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일하면서 먹을 것을 생각하고, 기도하면서 쉴 것을 생각하며, 쉬면서 먹을 것을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루카 10, 39)라는 말씀을 들으시고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 41~42)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성대하게 사는 것입니다. 매 순간 순간을 예수님을 위해서, 모든 것을 예수님을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일하고, 고뇌하고, 잠자고, 아픈 것을 예수님을 위하여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한 가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납니다.

산다는 것이 행복해 집니다. 죽지 않았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행복해 집니다.

이렇게 할 때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꾸밀 수 있습니다. 매일의 삶이 성덕으로 나아가는 은총의 삶으로 변할 것입니다.

유흥식 주교(대전교구 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