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깨어나는 평신도] 9(끝).평신도,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6-11-19 수정일 200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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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미래는 평신도 자각과 실천에 달려

질적 성숙 위한 다양하고 알찬 교육 필요

시대징표 읽어내고 복음선포에 매진해야

지난해(2005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된지 4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였다. 보편교회는 공의회가 폐막된지 40년이 되는 그 해를 기념하고 공의회 각 문헌들이 오늘의 교회에 던져주는 깊은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는 기회를 풍성하게 가진 바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서는 과연 얼마나 공의회 정신을 되돌아보고, 그 참된 가르침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쇄신의 노력을 더했던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공의회가 막을 내리고 현대 교회를 향해 세상에 문을 열고 쇄신의 길을 가라고 외친 뒤, 4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지만 여전히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을 완전히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의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공의회를 통해 가장 큰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평신도의 위상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의회는 평신도와 성직자의 신분상의 차이를 강조하는 입장은 근본적으로 지양됐으며, 성직자와 평신도를 포함하는 전 교회 구성원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지칭함으로써 평신도의 신분은 획기적으로 그 위상의 변화를 보게 된 것이다.

나아가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인식하고, 사도직 수행에 헌신할 것을 간절하게 당부했다. 그래서 공의회는 “오늘에 와서 평신도들로 하여금 자신의 책임을 의식하고 가는 곳마다 그리스도와 교회에 봉사하도록 움직여 주시는 성령의 활동이 뚜렷해진 것은, 다방면에 걸쳐서 평신도 사도직이 긴박하게 요청된다는 표시라 하겠다”(평신도 교령 1항)고 말했다. 결국 공의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평신도들이 교회와 세상에 동시에 속해 있으면서 특별히 자신들의 고유한 활동 영역인 세상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도록 하는 과업을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실천해야 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은 이미 신앙 선조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훌륭한 평신도 사도직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참 진리에 대한 열정으로 성직자도 없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신앙을 수용했던 선각자들의 전통, 박해 속에서도 그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순교의 월계관을 마다하지 않았던 위대한 순교 정신은 바로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영성적 바탕이며, 가장 훌륭한 신앙적 유산이 아닐 수 없다.

평신도들의 바로 그러한 신앙적 열성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는 민족의 격동기를 지나오면서, 비록 공과가 함께 있었지만, 시대의 징표를 충실하게 읽어내고 복음 선포에 매진함으로써 아시아 대륙에서 높은 사회적 위상과 타 종교에 크게 뒤지지 않는 교세 성장을 획득한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은 공의회가 선포한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소명과 정체성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상실한 채 성직자들의 복사로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존재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교회 안에서의 삶과 사회 안에서의 삶은 크게 유리되기 시작했고, 종종 신앙 따로 삶 따로의 극단적인 분리가 눈에 띄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 자체의 충실도도 크게 약화돼 주일미사 참례율과 냉담률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한때 급상승했던 교세 신장율 역시 둔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호기를 동반한다. 최근 들어서 나타나기 시작한 평신도들의 자각에 대한 열망은 교구 시노드 등 미래 교회의 전망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나눔의 자리들을 통해 표출되기 시작했다. 또한 정보사회의 도래로 강화되는 탈권위주의의 사회적 추세와 이전에는 뿔뿔이 흩어졌던 개인들의 왕성한 의사표현, 특히 지도급 평신도들의 교회 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과 자세의 표명은 미래 교회의 전망이 평신도들의 자각과 실천에 달려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첫 번째 발걸음은 무엇보다도 평신도 지도자들의 육성과 양성이며, 결국 교육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 평신도 교육 프로그램들은 양과 질 모두에서 크게 신장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수동적이고 미온적인 타성에 젖어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들에 대한 참여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평신도 교육은 앞으로 양적으로 성장하고 질적으로 성숙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 공의회에서부터 현대 교회의 가장 절실한 과제로 강조되고 있는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활성화는 한국교회의 미래 사목에 있어서도 그 성패를 가를 만큼 절대적인 것이다.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보편교회 안에서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의 엄청난 규모와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교회는 이를 교회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받아들인다.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장은 교회의 울타리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세생활 모두, 현세 사회와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평신도 사도직 활동은 그 영역을 넓힘으로써 세상을 복음화해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의 미래는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얼마나 철저하게 인식하고 이를 모든 삶에서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서 평신도들은 이제 깨어나야 한다. 잠시 눈을 붙였다면 이제는 깨어난 눈을 부릅뜨고 교회와 세상을 위해 투신해야 한다.

◆평신도주일 특집/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 회장

“가정성화로 사회 안에서 모범을”

“교회의 가르침은 선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 생명을 얻고 효과적으로 사회 안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바로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토마스) 회장은 평신도주일(11월 19일)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 “평신도들은 교회와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며 “가르침을 ‘실천’할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는 깨어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평협이 배포한 평신도주일 강론자료 ‘생명의 복음을 실천합시다’는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한회장은 “강론자료는 1995년 선포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의 복음’을 실천하자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평신도 각자가 생명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일상 생활에서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별히 저 출산 문제 극복과 출산가정을 위한 배려에 역점을 두고 강론자료를 준비했다는 한회장은 “출산은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일 뿐 아니라 사회에도 이바지하는 길”이라며 “신앙인들이 출산과 양육 등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사회에서 드러내는 증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평협의 활동은 양적·질적으로 풍성해 진 평신도 교육 프로그램. 2기 하상신앙대학이 열린 것을 비롯 연말까지 노인, 청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포럼, 세미나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올 2월 취임 때 평신도 교육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는 한회장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서로 체험을 나누며 대화하는 포럼 형식의 교육을 여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평신도 양성 교육 모델을 개발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평가를 거쳐 보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신도들이 원하는 교육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상설 교육과정인 ‘평신도학교’를 내년부터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 해 동안 교육 프로그램은 풍성해졌지만 아직까지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부족하다고 밝힌 한회장은 “교육의 주체이자 대상인 평신도 뿐 아니라 교회 전체가 나서서 평신도 양성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협은 교육의 기회를 만들 뿐이고 진정한 교육자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도구로 쓰인다는 생각을 갖고 그분의 뜻에 맞는 도구가 되고자 기름칠도 하고 정성껏 손질해야 할 것입니다.”

한회장은 하느님의 도구가 되기 위한 신앙인들의 노력과 더불어 교회 밖 사회에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한회장은 “사회와 대화하며 사회 속에서 신앙을 증거 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평신도”라며 올해 평신도 주일 기념행사로 열리는 ‘교회와 사회 간 대화 대토론회’의 주제를 가난과 빈부격차, 함께 하는 사회로 정한 것도 이같은 평신도의 역할을 조명해보자는 데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받은 부르심에 항상 합당하게 살아가야 한다’(에페 4, 1)는 말씀을 소개한 한회장은 “우리 신앙인들은 자기 자신 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 국가를 위해서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하느님의 도구이자 인간사회의 ‘누룩’ 역할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평신도주일을 보내자고”고 청했다.

사진설명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장은 현세 사회와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이제 한국교회의 미래는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얼마나 철저하게 인식하고 이를 모든 삶에서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 사진은 서울 평협이 주최한 하상신앙 대학 강연 장면.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