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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이 문화] 68.자칭 ‘가톨릭신자’ 교수들

입력일 2006-10-15 수정일 200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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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라는 이유로 신앙버리지 않았나

작년 6월 15일, 지금부터 열여섯 달 전의 일이다. 당시 서울대 석좌교수 황우석씨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만났을 때 제일 처음 건넨 인사말이 ‘저도 천주교 신자입니다. 제 세례명은 안드레아입니다’였다. 이 얘기가 전해지자 가톨릭 신자들은 경악했다.

왜냐면 황씨는 바로 한 해 전 ‘자랑스러운 불자상’을 수상한 장본인인데다,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배아를 파괴하는 황씨의 연구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범적 신자였지만

서울대병원 내과의 A교수. 황씨 연구팀의 핵심 멤버로 세간에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는 서울의대 가톨릭학생회의 지도교수로서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인 ‘라파엘 클리닉’에서 수년간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모범적인 가톨릭 신자이다.

그런데 A교수가 지난 8월 발표된 한국생명윤리학회의 성명서에서 황씨와 더불어 ‘연구윤리 위반의 한 축을 담당하였던’ 의학 연구자로 지목되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표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작으로 판명 난 두 편의 ‘사이언스’지 논문에서 A교수는 연구자문 및 면역적합성(HLA) 검사의 공로로 공저자에 올랐다. 이로 인해 그녀는 대학에서 징계를 받았고, 정부의 서훈도 취소당했다.

그런데도 A교수는 자신이 받은 징계의 사유가‘데이터 자료조작이나 난자획득과 관련된 연구윤리위반이 아니라 주로 공동연구자로서의 책임을 물은 것’이었기에 자신은 윤리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항변한다.

과연 그럴까? 천만에. 지난 2월 공개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황우석 교수 연구의 윤리문제에 대한 중간보고서’를 보라.

보고서는 “A교수는 황우석 교수로부터 5백만원을 받아, 본인이 면담한 자발적 난자 공여자 1명에게 30만원, 3명에게 75만원씩 실비를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황씨에게 난자 채취 병원인 H산부인과를 소개한 사람 역시 A교수가 아니던가!

은근히 교회 폄하

이화여대 의과대학의 K교수. 의학사를 전공한 소장 학자이다. 언젠가부터 자신을 의료윤리 전문가로 소개하더니만, A교수가 주도하는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윤리 분야를 맡아 관리해 오고 있다.

K교수는 학창 시절이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의 연구원도 겸하고 있는 그는 남의 집 아이 대부(代父)를 서기도 한다.

그런 K교수가, 황우석 연구팀의‘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연구의 성공 발표로 온 나라가 들떠 있던 작년 7월 20일 중앙일보에 보도된 좌담에서 ‘배아 연구는 자격을 갖춘 연구자가 분명한 목적 아래 엄격한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밝혔다.

‘생명윤리 학자가 배아 연구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배아 연구에 반대하는 가톨릭교회를 은근히 폄하하던 K교수. 황우석 팀의 줄기세포 연구가 거짓으로 드러난 지금, 과거의 그 소신이 여전한 지 묻고 싶다.

인간 배아는 생명

김수환 추기경은 작년 9월 가톨릭신문과 가진 특별대담에서 “인간 배아는 명백하게 하나의 존엄한 인간 생명”이며 “따라서 배아를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올바르지 않으며, 이제 단연코 중단돼야 한다”고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자칭 ‘가톨릭 신자’라는 교수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연구’의 미명 아래 배아의 생명을 파괴하는 일에 앞장서자, 이를 보다 못한 추기경께서 직접 나섰던 것이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그 분께서 그랬으랴, 자칭 ‘가톨릭 신자’ 교수들이여.

구영모(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