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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젊은이들 유럽을 가다] 5.독일(중) 평신도 중심 젊은이사목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6-06-04 수정일 200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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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신학 전공한 평신도 활동가 역할 커

성 게오르그본당 찾아

독일 살레시오 수도회 신학대학 청소년사목학과 마틴 레크너 교수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교회의 젊은이 사목은 현재 “그리스도교적 유럽(Imchristlichen Europe)에서 다시 발생한 ‘선교 상황(Missionarische Situation)’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교가 생활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는 유럽이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는 다르다. 최근 발표된 독일 사회지표 통계에 따르면 젊은이들 중 80%가 세례를 받지 않았다. 또 세례를 받는 젊은이 20% 중 절반만이 미사에 참례한다.

유럽 다른 나라 상황도 마찬가지다. 출산율 저하로 젊은이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고 있으며, 정규 교육과정 동안 취업과 관련해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다양한 유혹들을 가감 없이 받아들인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더 이상 삶의 평안과 안식을 주는 동반자가 아니다.

젊은이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선교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그들의 생각에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원활한 소통의 길이 필요하다.

평신도 활동가를 통한 전문 사목으로 젊은이 사목의 활로를 모색하는 뮌헨·프라이징대교구 성 게오르그(St.GEORGE) 본당의 사례를 살펴본다.

주일학교 없어

마틴 뢰팅(Martin Rotting)씨는 ‘주일이었으면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하며 인사를 건넸다. 1440년경에 지어진 유서 깊은 성당을 소개한 그는 이어 자신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로 일행을 안내했다.

성당 바로 앞 건물에는 본당 신부 집무실, 사무실 외에도 마틴씨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독립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여기저기 쌓여져 있는 본당 관련 서류들 그리고 본당 신부 집무실 못지 않은 넓은 공간을 통해 마틴씨가 차지하는 본당 내에서의 역할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게오르그 본당은 신자 8500여명, 주일미사 참례자 1000여명인 독일 내에서도 규모가 큰 본당이다.

마틴 뢰팅씨는 이곳에서 ‘평신도 공동체 보조원(Pastoral-assistent)’으로 일하고 있다.

4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젊은이 공동체를 지도하는 일 뿐 아니라 성인 신자들을 위한 재교육 등 본당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게오르그 본당은 여느 독일 본당처럼 주일학교가 없다. 대신 80여명의 복사단과 12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활동한다. 이 밖에도 19세기 중엽부터 시작돼 온 아돌프 콜핑 신부의 ‘콜핑 운동’을 이어받은 ‘콜핑 봉사단’도 있다. 봉사단에는 청소년들뿐 아니라 20대 이상의 청년들도 참여한다.

매주 회합에 참가해 젊은이들의 의견을 듣고 활동에 반영하는 것에서부터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을 위한 상담도 마틴씨의 몫이다.

공동체·사목 보조원 활발

본당에는 마틴씨 말고도 ‘평신도 사목 보조원(Gemeinde-assistent)’이라는 직책을 가진 신자가 따로 있어 본당 사목을 돕고 있다.

독일 주교회의 2004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는 현재 3000여명의 사목 보조원과 4400여명의 공동체 보조원이 활동하고 있다. 독일 본당이 1만29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본당 세 곳 중 한 곳 꼴로 공동체·사목 보조원이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본당 사제나 수도자들의 역할을 도와 젊은이들을 만나는 한국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나 봉사자들과는 성격이 틀리다.

가장 큰 특징은 전문성이다. 공동체 보조원은 대학에서 종교학이나 종교교육학을 전공한 평신도가, 사목 보조원은 신학을 공부한 이들이 맡는다.

공동체.사목 보조원은 종교학, 신학 외에도 사회학, 심리학, 사회교육학 등을 함께 전공한 신자들도 많으며, 본당 활동 뿐 아니라 학교 종교교사로도 일하고 있다. 사목보조원은 미사 강론을 하기도 한다. 공동체·사목 보조원은 교회가 인정한 공식적인 직책으로 유급직이다.

공동체·사목 보조원의 활동이 활발한 것은 본당 성직자와 수도자 등 본당 공동체를 이끄는 구성원 간의 원활한 의견교환과 나눔이 있기에 가능하다.

게오르그 본당의 경우 매월 한 번씩 본당 성직자와 공동체·사목 보조원, 사도직 단체 임원 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사목 팀 회합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한 달 간의 활동 나눔과 더불어 각자가 맡은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의 본당 사목 발전방안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젊은이 사목에 활력

마틴씨는 “성직자들의 주요한 역할은 미사를 집전하고 신자들에게 성사를 베푸는 것”이라며 “사목 팀의 구성원 모두가 상대방이 가진 고유 역할을 존중하기 때문에 공동체, 사목 보조원이 활동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공동체.사목 보조원의 활동은 젊은이 사목에 활력이 되고 있다. 특히 성소자가 부족해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성직·수도자들에 비해 보조원들은 30대 중반인 마틴씨처럼 비교적 젊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영적인 성숙을 안내하는 성직·수도자들의 역할과 더불어 함께 친교를 나누는 전문 평신도의 활동은 성소자 계발과 보다 많은 평신도 보조원 양성의 기초가 되고 있다.

다만 젊은이들이 공동체·사목 보조원의 울타리 안에서 활동함에 따라 성직·수도자들을 만날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점이다.

또 신앙에 기초한 본당활동이 되어야 함에도 스카우트나 봉사단 등 대부분의 단체가 친교활동에만 치우쳐져 진행된다는 것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 보조원마저도 지적하는 어려움이다.

■“신앙 함께 나눌때 기쁘고 보람 느껴”

평신도공동체 보조원 마틴 뢰팅씨

“젊은이들에게 제 삶을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이 기쁩니다.”

마틴 뢰팅씨는 지난 4년간의 평신도 공동체 보조원 생활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젊은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만큼 기쁘고 보람된 일은 없다는 확신을 그의 당찬 목소리에서 엿볼 수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성당에 꾸준히 나오는 스카우트 단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학생은 어디를 가나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그래서 왜 성당에 나오느냐고 물었죠. 자신 있게 두 가지를 말 하더군요.”

중학생이 말 한 것은 친교와 우정이었다.

마틴씨는 “성당을 찾는 젊은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삶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은 독일 뿐 아니라 젊은이 사목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교회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성당을 찾는 동기는 친교가 큰 몫을 차지하지만 결국 궁극적인 젊은이 사목의 방향은 신앙을 가슴에 심도록 돕는데 있다는 것이다.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그는 한국 문화, 특히 한국의 불교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최근 쓰고 있는 박사 논문도 ‘불교와 그리스도교 대화 안에서 본 종교적 가르침’이고 2005년에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다.

평신도가 본당 사목에 참여하는 것이 한국 신자들에게는 생소하다는 말에 마틴씨는 공동체 보조원도 하나의 성소라고 설명했다.

“신부님들께서는 미사를 집전하시고 성사를 베풀며 신자들을 영적으로 보살펴 주시죠. 외람되지만 저도 공동체 보조원으로 교회를 위해 일하라는 성소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보조원들이 고유한 역할과 성소를 바탕으로 일한다면 교회는 그만큼 발전할 것입니다.”

사진설명

▶5월 1일 성 게오르그 본당 청년들이 본당 마이바움(Maibaum, 오월의 나무)을 세우고 있다. 청년들은 본당 젊은이 공동체를 위해 4월 마지막 날이나 5월 1일 또는 성령강림대축일에 한자리에 모여 마이바움을 세운다.

▶평신도공동체 보조원 마틴 뢰팅씨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