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구촌 젊은이들 유럽을 가다] 3.이탈리아 밀라노대교구 (하) 국경넘는 젊은이 사랑 ‘외국인 청년사목’

장병일 기자
입력일 2006-04-30 수정일 200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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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청년모임에서 청년들이 외국청년사목국 로시오 수녀의 ‘마더 데레사’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있다.
문화적 ‘다름’ 인정하고 신앙안에서 ‘조화’ 찾아

외국인 청년 부서 세워 유학생 이민청년 사목

모임·피정·캠프 통해 어려움 나누며 대안 모색

【밀라노 장병일 기자】

이탈리아 북부 공업지대의 중심도시인 밀라노. 고대 역사와 최첨단 유행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윤택한 곳이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많이 모여든다. 이민이나 공부, 혹은 사업하러 오는 외국인들이 많다. 이들 중엔 젊은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부모를 따라 아니면 혼자 머나먼 이국 땅을 찾은 젊은이들, 특히 젊은 신앙인들을 위해 교회가 나섰다. 자국 젊은이들 못지않게 타국 젊은이들도 챙겨야 한다는 나름의 신념이 밀라노대교구에 생긴 것이다.

외국인 청년에 관심

밀라노대교구에 외국인 청년 전담부서가 만들어 진 것은 2001년, 그리 길지 않은 연혁이다. ‘새로운 환경에 처해있는 외국인 청년들, 다른 문화와 직면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주님 안에서 위로를 받게하자’라는 취지로 설립됐다.

가톨릭교회 신앙교육의 또다른 주체는 가정이다. 부모에게 배우고 물려받는 신앙이 중요하지만 외국인 청년들은 이러한 교육이 불가능한 상태. 이민 온 가정에서조차 이민 1세대와는 달리 2세대, 3세대로 이어지면서 세대 차이와 인식의 격차로 신앙교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모국인과 이탈리아인의 특성을 함께 지닌 2, 3세대들은 그들만이 가진 이중적 주체성으로 인해 심각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부모에게 속하기도 힘들고 또래 이탈리아 청년 그룹과도 잘 섞이지 못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혼란을 중지시키고, 교회와 사회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젊은이, 젊은 신앙인을 만들기 위해 외국인 청년사목국이 설립됐다.

낯선 이방인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한편 이질적인 문화에 편견없이 다가가게 돕고 있는 외국인 청년사목국은 외국인 청년들의 또다른 안식처다.

매주 정기모임 ‘눈길’

외국인 청년사목국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주 목요일 저녁에 갖는 외국인 청년 정기모임.

가정이나 직장에서, 또 학업 속에서 느끼고 있는 어려움을 하느님 공동체 안에서 서로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이 모임은 인기가 많다. 외국인 청년 30여명에 이탈리아 청년 10명 정도, 합쳐서 40여명이 모인다. 비신자도 참여할 수 있다.

‘Come and See’(와서 보라). 모임의 슬로건이다. ‘혼자 갈등하지 말고, 쓸데없는 고민에 빠지지 말고 일단 모임에 나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마약’ ‘자살’…. 많은 외국인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여러 사람과 나누기보다 혼자 해소하려다 제대로 안되면 선택하는 수단이다. 현실 탈출의 잘못된 방법이다. 모임에 나와 주님안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다보면 저절로 이런 극단적인 생각들이 사라진다.

모임에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는 에콰도르 출신인 안나(20)양.

“타인과 나 스스로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습니다. 하느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고, 또 다른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안나양은 모임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데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에 와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청년모임에 참가하면서부터 ‘아! 이게 신앙이구나. 여기도 살만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라이루(18)군의 말이다. “모임을 통해서 ‘신앙이 빛이다’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느끼고 있다”는 라이루군은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즐거워한다.

외국인 청년모임은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뒤쪽에 있는 성 스테파노 성당 회의실에서 열린다. 성 스테파노 성당에는 외국인 사목국과 외국인 청년사목국이 함께 들어서 있다.

모임은 저녁식사와 기도, 주제강의, 소그룹 토론, 전체토론,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진행된다.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스리랑카 멕시코 이탈리아 등 참가 청년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하다.

외국인 청년모임 연령은 밀라노 대교구 청년 모임(20~30세)과는 달리 16~25세로 구성된다. 독립된 삶을 일찍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밀라노대교구는 이러한 외국인 청년모임과 함께 14~16세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외국인 청소년모임도 조직, 보다 체계적인 외국인 젊은이 사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특별모임이나 행사도 다채롭다. 이민자의 날과 신앙교실, 대림·사순·부활 피정, 영성 훈련, 여름 캠프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가족과 청소년 신앙교육을 갖고 있다.

외국인 가정도 지원

외국인 젊은이들 정서적 안정의 근원은 역시 ‘가정’. 그래서 밀라노대교구는 가정해체를 막기 위해 실질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산가족 돕기, 결혼 지원, 집 장만 돕기, 체류허가증 취득 돕기 등 외국인 가정공동체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 사목국과 외국인 청년사목국 관계자들은 한달에 한번씩 외국인 가정을 찾는다. 자녀 교육이나 가족 문제, 부부 문제, 신앙 문제, 결혼 등 외국인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외국인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단지 외국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탈리아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이러한 나눔의 바탕에 깔려있다.

다시말해 외국인 청소년과 청년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외국인 가정을 지원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며, 사회공동체 화합을 이루는데도 긴요한 부분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말이다.

문화의 장벽을 넘어

외국인, 특히 외국인 젊은이들과 새로운 관계 정립을 서두르고 있는 밀라노대교구. 문화의 장벽을 넘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 간의 교류와 연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실행하고 있는 대교구는 이러한 활동들이 ‘보편교회’ 모습 구현에 한몫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하느님을 생각하고 그분을 찬미하는 기도가 끊이지 않는 교회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밀라노 대교구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찾아가는’ 보편교회의 꼴을 갖추는데도 결코 소홀함이 없었다.

“신앙 공통분모 위에 함께사는 법 배워야”

■외국인 청년사목 알렉산드로 신부

밀라노대교구 외국인 청년사목국 책임자 알렉산드로 신부의 외국인 사목과 관련된 이력은 다채롭다.

1988년 사제품을 받은 후 첫 소임지가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인 밀라노 성 마리아 베트라테 성당. 당연히 외국인사목에 관여할 수 밖에 없었고, 이때 하느님이 부여한 소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93년 교구장께 청원해 페루로 간 알렉산드로 신부는 리마 성당에서 교정사목 등을 담당하며 페루 사람들과 함께 했다. 97년부터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가톨릭 고등학교 교사로 재임하며 마닐라 데 라 살레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필리핀에 있을 때, 일본교회의 외국인노동자 사목을 경험하기 위해 일본에 잠시 머문 적도 있다.

“서로 다르지만 신앙이란 공통점을 통해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집입니다.”

사제생활 대부분을 외국인들과 함께 하고 있는 알렉산드로 신부는 “외국인과 이탈리아인의 권리와 의무는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탈리아인은 도움을 주고 외국인은 도움을 받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사회 주체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다는 말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외국인은 이탈리아에 줄 문화적 자산을 많이 갖고 있죠.”

알렉산드로 신부는 외국인 청년사목국 역할은 각 본당의 외국인 젊은이들을 위한 활동 지원과 함께 그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열려진 장소, 즉 오라토리움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외국인 사목을 잘하려면 외국인들 의견을 자주 들어야 한다는 자기나름의 사목관을 표시하기도 한 그는 “한국교회 이주노동자사목을 견학하고 싶다”며 한국방문의 소망을 드러냈다.

장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