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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신부이야기] 1."하느님 돈이예요"

입력일 2006-04-09 수정일 200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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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순 신부
초등부 주일학교 미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간식을 먹고 있는데 3학년 여자아이가 내 앞에 쭈뼛쭈뼛 다가오더니 봉투 하나를 내미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무슨 봉투냐고 물으니 그 아이는 “지난 설날 세뱃돈을 이십만원 받았는데요. 10%는 하느님꺼란 말을 들었어요.” 그동안 부끄러워서 선뜻 내놓지 못하다가 오늘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그 봉투에는 여러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또박또박 글씨를 써놓았는데 바로 “하느님 돈이예요”라고 씌여 있었다. 열어보니 정확히 이만원이 들어있었다.

하느님께 십일조를 바친 그 아이! 부모에게 배웠든, 아니면 주일학교 에서 배운 것이든 참 대견하고 예뻤다. 갈등도 있었을 텐데…. 그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다시금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한 소녀의 이만원짜리 십일조! 내 자신의 부끄러운 삶에 다시금 정곡을 찔렀다. 말로만 사랑과 예수님을 선포했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삶이 부끄러웠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묵상하게 되었다.

예수님께 우리 자신을 봉헌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진정 우리는 무엇을 봉헌하고 있는가? 예수님께서 우리의 봉헌을 원할 때 우리는 시간이 없고, 가진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혹 주님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지! 예수님께 대한 봉헌은 쓰다 남은 것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하지만 그분을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는 마음으로 봉헌해야함을 우리는 마음속에 새겨 넣어야 한다.

한 꼬마아이의 봉헌이 내 자신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기에 이제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에게 봉헌의 삶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다짐을 해본다.

예수님의 부활 축제도 얼마 남질 않았다. 거룩한 사순시기에 우리가 예수님께 드렸던 많은 다짐과 약속들이 합당한 봉헌으로 그분 마음에 들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당신의 생명을 내어 놓으셨다. 이제 그분을 사랑하는 우리는 하느님께 무엇을 내어 놓을 수 있을까?

우리가 가끔은 예수님께 부족한 모습으로 다가서지만 그래도 이번 예수님의 부활 축제 때에는 우리의 시간, 우리의 마음의 십일조를 해야 그분께 죄송하지 않을 것 같다.

최혁순 신부(춘천교구 현리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