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41】Ⅲ 검색과 잠복시대/3. 기리시탄 잠복신앙/2) 기도의 전승, 3) 세례

박양자 수녀
입력일 2005-11-20 수정일 200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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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레 기리시탄의 세례의식
박해때 기도서 몰수

입에서 입으로 전해

2) 기도의 전승

나가사키 계 가쿠레 기리시탄들은 기도를 ‘우랏쇼=Oratio’라 한다. 박해 때 기도 책이나 신심서적은 몰수당했다. 이런 책들을 가지고 있으면 기리시탄으로 몰리기 때문에 사본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현재도 필사된 기도책의 표지에는 ‘諸帳面’, 또는 ‘寶藏’이라고 적혀있다.

1966년에 90세로 사망한 죠가다(帳方) 마츠모토는 생전에 이렇게 말하였다.

“매일 제즈스(예수)님께 드리는 우랏쇼 3편, 콘치리산(완전통해), 고백의 기도 2편을 기도합니다. 또 산타 마리아, 사끄라멘토(성사)님, 아네스디(하느님의 어린양)님, 빠테르 노스테르(주의 기도) 5편, 가라사(성모송) 2편을 기도합니다.”

히라도 계는 기도를 ‘오쯔토메=근무’ 또는 ‘오시고토=일’라 한다. 이 명칭을 보아서라도 알 수 있듯이 은익성이 강하다. 이키쯔키(生月)에서는 ‘고메사’라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 미사(Missa)에 정중어 고(御)를 붙인 단어이다. 또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못 알아듣도록 입안에서 중얼중얼하기 때문에 ‘몬쟈몬쟈’(중얼중얼)라고도 한다. 이키쯔키(生月)에서는 제즈스, 산타 마리아, 사끄라멘토 등의 단어가 들어간 주문적인 기도가 많다. 그 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베드로 오쿠라, 지금 병을 앓고 있습니다. 산타 마리아님, 사끄라멘토님, 베아토스님, 산토스님, 아네스디님, 위세와 위력을 주시고 원래의 사당에 넣어 주시옵소서. 생혼이라면 인체로 돌아가게 하고 사혼이라면 묘로 돌아가게 하고 산신이라면 산에 돌아가게 하고 수신이라면 물로 돌아가게 해 주시옵소서. 아멘 제스.’

라틴어나 포르투칼어로 된 기도문을 내용도 모르고 입에서 입으로 자손들에게 전승된 기도인 만큼, 위장 습합하여 지켜온 만큼, 그것도 250여 년간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변질의 양상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기리시탄들 대대로 내려오는 희망 중에 하나는 ‘큰소리로 기도를 할 수 있는 날’이었다.

3) 세례

가톨릭의 7성사 중에서 세례만이 사제가 아니더라도 베풀 수 있는 유일의 성사이다. 가쿠레 기리시탄은 이 세례 베푸는 직을 세워 약 250여 년간 행하여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 세례를 대단히 중요시 여겼고, 나츠케(名付=세례명), 미츠메(三日目=태어난 지 3일째)라 하여 그것을 행하는 사람을 미즈야쿠(水役=세례 주는 사람)라 하였다.

‘오미즈(세례)를 받지 않으면 후생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마음이 일반적으로 아직 강하게 남아있어서 장내에 그 후계를 잇지 못하여 부재일 경우에는 임종 때라도 가까운 가톨릭의 신부를 초청하여 세례를 받기도 한다고 한다.

1865년 기리시탄 부활 후, 세례양식을 조사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이 하고 있었다. ‘… 베드로. 요코 테 빠오치즈 인 노 멘 빠오테로 히리요 에토스라 스베리츠 산토 아멘.’, 또는 ‘… 베드로, 빠오치즈 빠테르 히리요 에츠 스삐리토 산토 아멘.’

박양자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

박양자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