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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헌호 신부의 환경칼럼 (107·끝) 우리 시대에 성인이 되는 길 2

입력일 2005-09-18 수정일 200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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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해야할 일 하는 것

과르디니는 18세기에 쟝 드 꼬사드가 저술한 「하느님의 섭리를 따름」이라는 책의 내용을 우리 시대의 성인이 실천해야 할 예로 소개했다.

이 책에 의하면 성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어떤 특별히 뛰어난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매순간 요청되는 일을 해 나가면 된다.

미래를 내다보시는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인도하시므로 상황이 요구하는 것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대로 하면 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도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행함으로써 가능하다. 그것을 순수하고 기꺼이 해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과거의 것과는 매우 다르다.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은 언급도 없다. 자신의 이해력을 동원해서 외부 사물의 논리를 파악하고 그것이 이루어져야 하는 대로 일해 나가면 된다.

그러면 그의 양심은 하느님과의 지속적인 통교로 깊어진다. 그의 일은 세상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바로 이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의 뜻을 채운다.

이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곧 사랑이다. 이 사랑 안에 깊은 진리와 순수한 태도를 향한 길이 놓여 있다.

이 안에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이 놓여 있고 성스러움이 시작된다.

이러한 것이 이루어지는 동안 그는 드러나지 않는다.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과 그것을 보호하고 가꾸도록 위임받은 인간이 일치한 가운데 조용히 이루어진다. 여기에 내적 자유가 있고 여러 가지 걱정과 고뇌 중에서도 안정과 기쁨이 있다.

이것을 통해 오늘날의 복잡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요구하는 것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해 나가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작은 것으로 제한되어 있어도 모두 함께 해 나가면 문제의 극복을 희망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은 우리를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져들게 하지만, 우리의 삶에 대한 애착과 경외심의 강도는 충분히 강하여 결국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삶에 대한 우리의 의지가 현존하는 모든 문제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삶을 주시고 충만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우리는 현존하는 위협적인 문제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그리스도교적 희망으로 우리는 환상적이고 극단적인 낙관주의와 우리를 약하게 하고 삶을 파괴하는 부정적 염세주의와 허무주의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