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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 공의회 문헌들 (16)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5-07-24 수정일 200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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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위해 봉사하는 존재”

사제에 대한 교리적 관점은 한해 앞서 반포된 「교회 헌장」에 밝혀져 있고 사목적 관점에 대해서는 이미 「주교 교령」 안에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사제에 대한 완비된 교령이 필요했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사제 생활 교령)은 그 해답을 담고 있다.

사제 생활 교령은 교회 안에서 지도자층을 형성하는 사제단의 협력 없이는 공의회가 목표로 한 교회의 「현대화」를 추진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아울러 교령은 현대 사회에서 사제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 가운데서 주어지는 사제의 사명에 대한 충분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공의회 당시 많은 사제들은 전통적 활동이 현대의 필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공의회가 현대를 사는 사제의 모습과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했다.

총 3개장에 걸쳐 22항으로 구성된 「사제 생활 교령」은 최종 공표되기까지 오랜 모색과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교령을 마련하기 위한 교부들의 토론에서 사제의 직무와 생활 방식에 대한 큰 견해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차이는 크게 사제 직무를 주로 선교 면에서 포착하는 동시에 이 선교 임무와 사제의 영적 생활 및 복음적 권고의 실천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강조한 그룹과, 사제 직무를 주로 제의 면에서 포착해 사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미사를 위한 존재로 거기에서 비로소 성부에 대한 예배의 장이 발견된다고 주장하는 그룹으로 구분됐다.

교령을 다룬 「교역자와 신자의 규율에 관한 위원회」는 바오로 성인의 서간 한 구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선교의 우위를 인정함과 더불어 그 중심에 미사를 둠으로써 이 난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사제의 직무와 생활, 특히 영적 생활과의 관련도 한층 명백해지게 됐다.

교령이 최종적인 형태로 반포되기까지의 과정은 사제직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교령의 제목은 처음에는 「성직자들에 관하여」라는 이름으로 제안돼 제2회기 중에는 「사제들에 관하여」로 바뀌었다가 다시 「사제들의 교역과 생활에 관하여」로, 최종적으로는 「사제들의 생활과 교역에 관하여」로 바뀌었다. 여기서 「교역」과 「생활」이라는 단어의 순서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시 교부들은 사제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그들이 어떤 일을 하도록 부름을 받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되며, 그리고 그 일과 연관해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시 말해 사제직을 이해할 때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사제란 누구인가?」라는 물음보다는 「사제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물음이라는 것이다.

이전까지만해도 사제는 「그리스도의 대리자」 또는 「제2의 그리스도」로 이해됨으로써 「침범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제를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존재 즉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는 존재」(사제 생활 교령 제1항 참조)로 가르침으로써 초대교회 사제상의 개념을 회복한다. 이를 통해 교령은 사제가 공동체를 위해서 수행하는 기능의 본질이 봉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교령은 또한 사제의 임무와 생활을 현대의 요구에 적응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제시하기 위해 교령 전체에서 실천적인 권고를 하고 있다. 이는 사회의 여러 가지 변화가 사제의 직무를 갈수록 복잡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제의 목자로서 사명은 우주적인 넓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찬미와 감사의 제의가 드러내고 있듯이 교회의 사명을 그 척도로 하고 있다.…사제 생활에서 복음적 권고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측량하기 위해서도 이 사명과의 관련 안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공의회 제4회기 중 마티 대주교가 밝힌 내용은 사제의 위상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