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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기 새교황의 사목적 과제들 / 4.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의 중요성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5-22 수정일 200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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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교의 주입·일방적 선교 아닌 대화와 삶으로 복음 선포를”

토착화 논리로 접근하돼 신앙 정체성 잃지 말아야

가톨릭신문사가 우리나라의 가톨릭 신학자 100인에게 물어 집계한 바에 의하면,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로 꼽힌 것은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의 중요성」으로 「세속 문화와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가치의 충돌」과 함께 각각 20%의 응답자가 지적했다.

그리스도교적인 가르침이 세속 문화와 빚는 충돌이 주로 서구 지역의 상황과 관련된 것이라며, 대화와 증거의 선교는 그리스도교가 소수인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효과적인 복음화 방안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격렬한 분쟁이 빈발하는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이자 자카르타 대교구장인 리야디 다르마트마자 추기경은 최근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색채까지도 안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지역 분쟁 상황을 개탄하면서, 관용과 대화를 강조했다.

추기경은 『전체 인구의 10%가 그리스도인인 국가에서 가톨릭 교회는 다른 종교의 신자들과 함께 가난과 불의를 물리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봉사하는 것이 바로 복음화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우리가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면서 그리스도의 참 사랑을 살아가지 않는다면, 결코 개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우리에게 사랑이 없다면 누구도 우리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1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에서 아시아 교회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고민을 지적했다. 『아시아 교회는 생활 방식, 교계 제도, 예배, 서구 사회에서 교육받은 지도자들, 그리고 서구식 신학 등에 대해서 여전히 낮설어 하고 있다』

외래 종교에서 아시아 교회로

그가 보기에 이러한 것들은 아시아 대륙에서의 복음화에 있어서 중대한 장애인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인도네시아 교회는 자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서 나타나는 반동의 기미에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인도네시아는 복음화율이 10%선을 유지하는 몇 안되는 아시아 국가이다. 아시아 대륙 전체의 복음화율은 불과 2.9%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사무총장 펠릭스 마카도 몬시뇰은 새 교황 선출 전인 지난 4월 14일 기자회견에서 『그리스도교가 항상 외래 종교로 인식돼 왔다는 것이 문제』이며 『교회는 특별히 아시아에서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그 자신이 아시아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종교간 대화는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의 교회에서 중요한 과제임을 지적했다.

아프리카는 아시아와는 또 다른 상황이다. 아프리카 선교회(The Society of African Missions)의 장상인 키에란 오렐리 신부는 아프리카 교회의 가장 큰 도전은 가난과 질병이라고 지적하면서, 아프리카는 2500만명 이상이 에이즈 감염자이며, 1200만명의 아이들이 이 질병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교의 복음 선포는 단지 배타적 교의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삶의 문제를 함께 해야 하며, 그들의 문화 종교와 대화를 나눔으로써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그들이 되고 그들의 교회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복음화의 방법이 될 것이다.

선교의 현실적 문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는 이러한 성찰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지적한다.

『모든 경우에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와 일치된 삶의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복음의 진정한 선포가 있을 수 없음은 명백한 일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증거는 특히 우리 시대에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스승보다 증거를, 주장보다 경험을, 이론보다 실천을 더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시아의 상황에서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시아 사람들은 지적 논쟁보다는 생활의 거룩함에 더욱 더 감동받기 때문입니다』(아시아 교회, 42항)

이 권고는 아울러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교회가 제안하는 대화는 토착화의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며 교회가 대화하려는 것은 『강렬하고 사심 없는 연대성에서 나온 것』임을 지적한 뒤, 교회 일치 대화, 그리고 종교간 대화에 대해서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타종교, 타문화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자세는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분명한 교회의 입장이 된지 오래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지난 몇 년간의 교황청의 입장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기간의 하반기에 교황청은 복음화가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스도교가 소수인 지역일지라도 유일한 구세주임을 선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역교회의 주교들은 그 강조점을 다른 곳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는 방법은 「대화와 증거」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특별히 아시아에서 절실하다. 아시아 대륙은 선교의 잠재력이 가장 크면서도, 선교의 노력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1년 소위 9.11 테러 이후 우려되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문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정체성 잃지 않는 대화를

이러한 문제들이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가장 큰 과제들 중의 하나라고 볼 때,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목 방향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는 얼핏 타당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교회의 엄격한 입장을 강조할 때, 대화의 진의가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유일성을 강조해왔고, 이러한 가르침에서 엇나가는 경향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방신학에 대한 판단, 다원주의적 기미를 보이는 아시아 신학자들에 대한 단죄 등은 제삼세계 신학자들로부터 비판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추기경들은 이러한 비판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라칭거 추기경을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선출했다. 이는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처한 현실 속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추기경들의 판단은 옳은 것으로 보인다. 교회가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지 않은 채 대화에 나서거나, 성숙하지 않은 사회적 실천에만 나설 때 참된 복음화는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삼세계, 특별히 아시아 대륙과 그 교회에 있어서 증거와 대화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는 면에서, 그리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탄압받고, 때로는 순교에 이를 정도로까지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는 면에서 선교의 과제는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새 교황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수행해야 하는 「대화」, 그리고 「증거」를 통한 선교라는 사목적 과제는 더욱 깊은 고민과 성찰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