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특집]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미사 표정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4-17 수정일 2005-04-17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평화 넘치는 그곳에서 행복하십시오… 님의 말씀따르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 라칭거 추기경, “그는 우리를 지켜봅니다”

장례미사를 집전한 추기경단 단장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장례미사 중 강론에서, 지난 부활절을 상기하면서, 『교황 성하께서 부활 축복을 주려고 창문에 나섰지만 말씀을 하지 못하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추기경은 이어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성하께서 지금 이 순간 저 창문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축복을 하시고 계심을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고,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수많은 추모객들은 『그분은 우리를 축복하신다』고 일제히 환호했다.

■ 마지막 가는 길, 전세계서 400만명 몰려

교황의 장례미사가 열리는 베드로 광장을 중심으로 로마 전역에는 전세계에서 무려 400만명의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교황의 고국인 폴란드에서 온 200만명의 순례자들이 포함돼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추모객이 몰린 이번 장례미사와 관련해, 이탈리아 당국은 그 외에도 교황 선종 후 장례식까지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됐던 교황 유해를 참배한 이들이 140만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또 그 동안 로마의 지하철은 150만명이 타고 지나갔고, 1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장례미사를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보안 인력만 8963명에 달했다.

■ 교황 업적 담은 두루마리

교황의 유해와 함께 관 속에 담은 두루마리 문서(rogito)에는 교황의 업적이 요약돼 있었다. 이 문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4월 2일 오후 9시37분에 선종했다며 특히 교황의 젊은이들에 대한 사랑을 염두에 둔 듯 『온 교회, 특히 젊은이들이 기도 중에 그의 선종을 함께 했다』고 적혀있다. 문서에는 또 교황이 평생 동안 젊은이들을 사랑했고, 유다인과 타종교인들과의 대화, 묵주 기도에 대한 열정, 가톨릭 교회 교리의 수호에 보인 「지혜와 용기」에 대해서 지적했다.

■ 장례식장은 유엔 총회(?)

전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장례식장은 마치 유엔 총회장을 방불케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정상급 지도자에는 우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포함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들이 두루 참석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과 바사드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대만의 천수이볜 총통도 참석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한 남미국가 정상들은 거의 모두 참석했다. 구 소련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유쉬쳉코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상들이 참석했다.

앙숙 관계의 국가 정상들이 함께 참석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는데,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대표자들도 참석해 함께 자리를 지켰다.

■ 카스트로, 부시 참석 비난 눈길

한편 왕족으로는 결혼식을 하루 미룬 영국의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 소피아 왕비, 벨기에의 알베르트 2세 국왕,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도 참석했다.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았는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러시아 정교회의 거부반응을 고려한 것으로 대통령 대신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를 파견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은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부시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교황과 교황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 폴란드, 모든 것이 멈췄다

교황의 고국 폴란드는 장례미사를 전후해 국가 전체가 멈춘 듯했다. 이를 영국 BBC방송은 『폴란드는 교황 장례식 동안 멈췄다』고 표현했다. 200만명의 폴란드인들이 로마로 몰렸고, 남은 사람들은 모든 일을 멈추고 TV 앞에 섰다. 폴란드 전역에는 장례미사 시작과 함께 사이렌과 종소리가 가득 찼다. 수도 바르샤바에서는 재위 26년을 기념하는 26발의 예포가 발사됐고, 모든 회사와 관공서들이 휴무에 들어갔다. 크라코프에서는 전날 100만명이 몰려 촛불추모행사를 연데 이어 이날도 80여만명이 장례미사를 TV로 지켜봤다.

■ 세계 각국에서 장례미사 지켜봐

교황의 장례미사가 열린 4월 8일 전세계 사람들은 성당에 모여 추모 미사를 봉헌하거나, 곳곳에서 TV로 장례미사를 지켜보면서,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을 추모했다.

베들레헴에서는 이스라엘 주재 교황대사인 피에트로 삼비 대주교가 추모미사를 봉헌했고, 대부분의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저마다 TV로 장례미사를 시청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조기가 게양됐고,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파티마 성당에서는 교황대사 집전의 추모미사가 거행돼 무샤라프 대통령의 교황 추모 메시지가 낭독됐다.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 성당에서는 대형 스크린으로 장례미사가 중계되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바티칸 장례미사에 참례한 빈센트 폭스 대통령은 8일을 국경일로 정하고 조기를 달도록 했다.

■ 각국 추모미사 봉헌

캐나다에서는 국내 거주 폴란드인들을 중심으로 추모미사가 연이어 봉헌됐다. 특히 토론토 대교구는 교황의 젊은이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기억하면서, 성 바실 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영국에서는 5월 5일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선거운동을 잠시 멈추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경의의 뜻을 표시하기로 했다. 런던의 트라팔거스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세워져 장례미사를 중계했고, 폭우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추모의 뜻을 표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장례미사를 시청할 수 있도록 웨스트민스터 성당을 제외한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중지됐고,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는 교황의 장례미사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종을 울렸다.

■ 한국 조문단 참석

한국에서는 김수환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 총무 장익 주교가 한국교회 조문단으로 장례미사에 참석했고, 정부 조문단으로는 이해찬 총리를 단장으로 손병두 한국평협 회장, 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 봉두완 한민족돕기회장, 소설가 박완서씨, 이창복 전 의원, 박재일 한살림 회장 등 7명이 파견됐다.

한편 장례미사 중에는 주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의 김경석(프란치스코) 공사 부부가 아시아 대표로 예물을 봉헌했다.

■ 중국·북한서도 추모미사

중국교회(애국회)에서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한 특별미사가 봉헌됐다. 4월 9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상하이 쉬자후이 성당에서는 신자들이 성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상하이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북한에서도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MBC-TV에 따르면, 평양 장충성당에서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신부 집전으로 100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미사가 열렸다. 교황의 장례미사가 봉헌된 이틀 뒤에 봉헌된 이날 미사 장면은 미국의 한 언론사가 평양에서 촬영한 뒤 위성을 통해 중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