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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30)사회의안(상)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1-16 수정일 200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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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차원의 사회정의 실현 방안 제시

정치적 폭력에 단호한 입장 표명

‘자연환경과 공해’경각심 일깨워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언론관 견지

제3세계언론의 자아발견 운동 지지

교회 언론 활동에 대한 관심과 배려 요청

200주년 사목회의 12개 의안들 중에서 「사회복음화」와 관련되는 의안은 12번째 의안인 「사회」 의안이다. 의안들 중의 마지막 부분에 위치한 이 「사회」 의안에는 크게 사회정의, 언론, 사회개발, 사회복지, 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문화와 생명, 환경, 민족화해 등은 「사회 정의」 영역에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는 사목회의가 열리던 80년대 중반에는 교회의 환경이나 생명운동의 영역이 지금처럼 활성화돼 있지 않던 탓이기도 하고, 통일과 민족화해에 있어서 교회의 역할에 대한 인식 역시 지금처럼 분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화에 대한 언급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회정의

우선 의안의 가장 첫머리에 놓인 「사회정의」 의안은 26개항의 짤막한 분량이면서도 사회정의에 포함될 수 있는 매우 다양한 사안들을 놀라울 정도로 폭넓게 다루고 있다. 제한된 분량으로, 어느 한 과제를 심층적으로 고찰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정의의 개념에서부터 실천 원칙과 구체적인 사회 문제와 과제들까지도 빠짐없이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이 의안이 지닌 투철한 사명감을 발견하게 해준다.

의안은 우선, 1항부터 13항까지 의안의 절반을 할애해 우리 사회와 시대 안에서 사회정의를 거론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과 가르침들을 정리한다. 즉, 사회정의의 기본 개념에 대한 설명에 이어,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정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 공동체의 문제를 언급한다. 그리고, 교회 차원의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노력이 원론적으로 제시된다.

이하 14항부터 의안은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과제들을 분석하고 대안들을 제시한다. 폭력, 특히 정치적 폭력에 대해 의안은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이러한 정치적 폭력은 분배의 정의를 훼손한다는 점을 지적한 의안은 사회정의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는 노동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의안은 이어 한 공동체의 문화적 창조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외래 문화의 무비판적 수용과 전통 문화에 대한 집착의 태도는 모두 경계의 대상이라고 가르치고 여성과 성차별의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바야흐로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자연환경과 공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국제사회 안에서 참된 평화 건설의 의미를 생각해보도록 한다.

통일과 관련해 교회는 과거와 같이 분단의 비극적 상황을 독재 권력의 유지 구실로 삼았던 구태를 명백하게 깨닫고 참된 민족화해의 노력을 기울일 시대적인 요청을 감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정의」 의안은 가장 중요한, 그러면서도 가장 소홀했던 교회 안의 정의에 대해 말한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감히 정의에 관해 말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로와야 한다』는 말로 교회가 스스로를 깊이 성찰하고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교회내의 불균형, 즉 교구간, 도시와 시골본당간의 균형적 발전, 신자들간의 화해와 일치가 촉구된다. 약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가 참으로 사회정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교회의 모습임을 지적하면서, 또한 교회 안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정의와 쇄신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함을 강조한다.

결국 교회는 인권과 사회정의에 있어서도 그리스도의 진리와 정의, 사랑으로 자기 쇄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회는 사목회의 당시의 사회 및 교회 상황과 많은 면에서 변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그 핵심적인 과제는 비중과 초점의 이동은 있을지언정,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그 사명은 여전한 것이다.

억압적인 정치권력의 폭력은 이전과 비교할 바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안에는 정의롭지 않은 사회 구조와 제도로 인해 고통을 받는 가난한 이들이 존재한다.

생명의 문화를 위협하는 죽음의 문화는 가치관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횡행하며, 더욱 교묘하게 생명의 수호라는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 와중에 교회와 사회의 근간인 가정에 대한 도전은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노동 현장과 문화적 과제에 있어서도 사목회의 당시에 비해 더욱 다원화된 과제들이 오늘날 한국교회 앞에 놓여져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은 우리 사회와 교회의 사목적 과제를 더욱 복잡다단하게 만들고 있으며, 상대주의적이고 다원적이며, 세속적인 문화 현상들, 그리고 그것이 고도의 상업성과 결탁함으로써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문화 현상들은 교회가 문화의 복음화에 더욱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를 거부함에 따라서, 무조건적인 권위에 의한 강요가 전혀 설득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모범과 실천을 통한 증거만을 인정한다는 면에서 교회가 스스로 정의로워야 한다는 점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언론 매체가 갖는 중요성은 사목회의에서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다. 사회의안 중에서 「언론」은 별도의 장으로 마련된다. 언론은 현대 사회와 문화를 규정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교회는 언론과 대중매체가 장악하고 있는 현대 문화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의안 중 언론 부분은 모두 11개항으로 구성된다. 첫 3개항은 언론의 기능과 영향력, 언론에 대한 교회의 입장 등에 대해 압축해 전하고 있다.

여기서 의안은 언론이 정치적으로는 여론 형성과 공동선의 추진 도구로 간주하며, 경제적으로는 경제 정보의 교환, 사회적으로는 변화 및 진보의 수단, 문화적으로는 문화 파급 및 자녀 교육의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지적한다. 교회는 언론의 기능과 영향력에 주목하며, 이미 교회는 언론매체에 대해 역사적으로 기여해왔고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음을 환기시킨다.

교회는 대중매체에 대한 일반적 견해와 마찬가지로 언론에 대해서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임을 견지한다. 복음선포의 도구이며, 인간에게 봉사하는 도구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고 추구하는 도구이고, 진리를 수호하는 수단이다.

의안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인의 알릴 자유를 강조하며, 이 모든 것의 바탕은 올바른 양심임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견해에 따라 의안은 보다 구체적으로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제시하고, 억압적 권력의 언론 탄압을 반대한다.

의안은 나아가 언론인의 역할과 자세를 모색하며, 수용자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출판의 자유 역시 언론의 자유에 버금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의안은 언론의 역기능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특히 권력에 종속된 제도 언론과 이른바 황색 언론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하면서, 교회는 이들을 사이비 언론으로 규정한다.

언론의 역기능은 독점으로도 야기된다. 의안은 특별히 강대국에 의해 국제적 여론이 주도되고, 정보가 왜곡될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제삼세계 언론의 자아 발견 운동을 지지한다.

이러한 입장들을 바탕으로 의안은 한국의 언론 역사가 언론 자유를 제한하려는 권력에 항거하면서 발전해온 것으로 평가한다. 교회는 이제 언론의 발전과 교회의 발전이 하나의 진리를 향한 두 바퀴임을 인식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언론인들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의안은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 토론, 발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교회가 스스로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평신도들의 견해를 무조건 억눌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의안은 교회 언론들은 범교회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 서로 일치해 모든 홍보수단을 동원해 대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교회의 출판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사회에 대한 홍보수단을 강화할 것을 의안은 제안하고 있다.

오늘날 교회는 다양한 홍보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TV와 라디오, 주간신문과 각종 잡지들, 그리고 출판사 등. 하지만 여전히 교회의 홍보수단과 관련된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엄청난 물량으로 고도의 상업적 전략으로 무장하고 있는 세속의 매체들과 경쟁하는 교회 매체들은 재정과 인력면에서 크게 열세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 언론들이 진정으로 신자 대중들의 여론의 창구로서, 토론과 의견의 제시를 위한 장으로 기능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면에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

교회는 세속 매체들 안에서 활동하는 그리스도인 언론인들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교회의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언론 활동들이 참된 언론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열린 자세로 관심과 배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