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사 얼마나 아십니까? (49) 주일(주님의 날)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입력일 2004-12-12 수정일 2004-12-12 발행일 2004-12-12 제 2427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일은 가족이 함께 하느님께 감사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하루가 되도록 해야
주일은 「주님의 날」(묵시 1, 10)이다. 주일은 그 기원으로 보나 교회의 전통으로 보나 또는 주일이 지니는 신학적 의의에서 보거나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의 중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대의 제반 여건들은 주일의 성화에 적지 않은 저해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즉 물질주의의 만연과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종교심이 약화되었고, 주 40시간 근무제로 인해 주말의 여가 내지 관광 등도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데 저해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주일의 의의와 중요성을 이끌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주일 거행에 있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파스카 신비 거행으로서의 주일의 의미를 명백히 부각시켰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에 그 기원을 둔 사도시대의 전통을 따라, 그리스도의 성교회는 여덟째 날마다 파스카 신비를 경축한다. 바로 이 때문에 이 날을 합당하게도 주의 날 혹은 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날에 신자들은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미사 성제에 참여함으로써, 주 예수의 수난과 부활과 영광을 기념하고 하느님께 감사 하여야 한다. … 그러므로 주일은 근원적인 축일이니, 신자들의 신심을 일깨워주어 이 날이 또한 즐거움과 휴식의 날이 되도록 강조해야 한다. 참으로 극히 중요한 것이 아니면 다른 축제를 이와 대치하지 말 것이니, 주일은 전례 주년 전체의 토대이며 핵심이기 때문이다』(전례헌장 106항).

사실상 위에 언급된 전례헌장 106항은 신약성서와 초기 교부들이 주일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바를 다시 회상케 하며, 주일 신학의 총체를 이룬다고 하겠다(사도 시대의 전통, 그리스도의 부활 기념, 여덟 번째 날, 주님의 날, 태양의 날, 세례의 기념, 말씀과 성찬을 위한 모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은 원초적인 주일 신학으로 환원하여 주일은 무엇보다도 부활하신 주님의 기쁜 날 임을 분명히 하면서 주일거행 안에서 「그리스도교 집회(모임)」,「하느님 말씀을 들음」과「성찬례 거행」이 중심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이러한 원초적인 주일 신학의 풍부한 전례적 완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개혁에서 나오게 된 「미사 전례 성서」(독서집)와 「미사전례서」(미사경본) 안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독서집에서는 주년의 매 주일을 위해서 구약의 많은 구절처럼 거의 모든 신약성서를 듣도록 하기 위한 방법에서 3년 주기의 독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성찬례 안에서 말씀 전례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하느님 말씀의 선포가 주일 신학과 거행에 있어 중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사 전례서(미사경본)에서도 주일에 대한 8개의 감사송과 성찬기도문(특히 성찬기도III) 등을 통해 주일에 대한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주일 성화는 주일이 지니는 이러한 의미를 깊이 묵상하면서, 성찬례(미사)에 참여하고, 그리스도교적 기쁨과 형제적 사랑으로 가득 찬 휴식을 취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일을 단순히 쉬거나 즐기는 차원을 넘어 경건한 하루, 영성적으로 자신을 돌이켜 보는 하루, 영원을 향한 자기 삶의 지표를 재확인 하는 하루, 자신과 가정이 함께 하느님께 감사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하루가 되도록 하여야 하겠다.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