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서울평협 하상 신앙대학 강의 ⑫·끝 현대 종교문화의 흐름과 가톨릭 교회

노길명 교수(고려대 사회학과),정리=유재우 기자
입력일 2004-12-12 수정일 2004-12-12 발행일 2004-12-12 제 242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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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성운동의 급물살에  교회 사목적 대처 시급”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자신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인류 역사에는 두 차례에 걸쳐 큰 물결이 밀어닥쳤었는데, 그 물결들은 인간의 의식구조나 생활양식은 물론 사회구조까지도 크게 변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제3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으며, 이러한 물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운명은 물론 인류의 장래까지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로운 물결이 가져오는 충격은 정치, 경제, 가족, 교육 등의 부문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종교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특히 최근 확산되고 있는 뉴에이지운동과 정신세계운동, 기수련운동 등의 신영성운동(the new spirituality movement)은 제도종교들을 위축시키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신영성운동의 범위는 광범위하며 또한 비형식적이다. 이 운동은 건강운동이나 심신수련 또는 문화양식의 한 유형으로 소위 「웰빙 붐(well-being boom)」을 타고 전파되는 한편 기성종교들에는 기도나 피정의 방법으로 스며든다.

신영성운동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영적 갈증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기성종교들을 통해서 원하는 만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영성운동가들의 전략이 그만큼 치밀하고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신영성운동의 확산은 분명 새로운 종교현상이며 문화현상이다. 사람들은 제도종교들이 강조해온 전통적 주제들을 제도종교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해석하기보다는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나름대로 종교적 주제를 찾아,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신영성운동이 제도종교, 특히 그리스도교 신앙에 도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교회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그에 대응해야 할 과제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은 신학적 차원과 함께 사목적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문화의 복음화, 권위주의의 탈피, 소공동체 활성화, 피정방법의 보완과 개선, 전례에 대한 교육 강화, 영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영성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등이 신영성운동에 대응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사회로부터 현대사회로 넘어오는 시기에 많은 어려움을 맞았지만, 사회교리의 체계화와 사회사목의 활성화를 통해 극복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다.

이제 「탈근대」라는 새로운 물결 속에 접어들었다. 이 물결은 기존의 신앙과 제도교회의 모습을 위협한다. 이러한 시대의 징표를 정확하게 읽고 그에 대처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만 교회는 자신에게 부과된 복음화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세상 흐름에 이끌려 가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이끌어 가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음의 힘으로 모든 사람들을 내적으로 쇄신시켜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위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가치관.관심의 초점·사상의 동향·사상의 원천·생활양식 등에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복음적 생활로 인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1974년에 로마에서 개최되었던 제3차 세계주교대의원회 총회가 강조한 「현대의 복음선교」인 것이다. 문제는 교회가 시대의 징표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노길명 교수(고려대 사회학과),정리=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