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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협 하상 신앙대학 강의 ⑨ 21세기 가톨릭 지성인의 역할과 사명

정의채 신부(서강대학교 석좌교수),정리=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4-11-21 수정일 2004-11-21 발행일 2004-11-21 제 242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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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직 예언직 왕직으로 그리스도 왕국 건설해야”
정의채 신부
신자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와 같이 되어 그리스도의 삶을 사는 지위를 얻게 된다. 따라서 신자들은 이 세상 질서가 올바르게 이뤄지게 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다른 누구보다도 큰 책임을 부여받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에 참여한다는 더 높은 위상을 밝혀준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사제직 일부를 평신도에게 부여하신 것은 신심생활과 세속의 삶 전체를 성령 안에서 행하여 그들의 삶 전체가 하느님께 기쁘게 받아들여지는 영적 희생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평신도는 그 사제직으로 세상 어디서든 또 무엇을 하든 성스러운 예배자로서 자기의 삶 전부와 세상 자체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신도들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거나 잃어버렸기 때문에 암흑 중에 혹은 잘못된 세상 질서를 형성해가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빛과 진리와 선으로 바로잡아 가며 근본적으로는 복음의 정신을 따라 살아감으로써 예언직을 실천한다. 또한 자기희생과 성스러운 생활로써 죄의 지배를 이기고 그리스도 왕께 봉사하며 겸손과 인내, 섬김으로써 사람들을 그리스도 왕께로 인도해야 한다.

온 인류가 축제와 큰 희망 속에 출발한 제3천년기는 그 시작에서부터 큰 비극과 불안, 불확실에 휩싸여 가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인류의 삶을 새로운 차원으로 열어가는 크나큰 기회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신자들의 사명은 이 사회의 모든 선의의 사람들과 공동노력으로 난국을 해결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자들은 큰 희망 중에 영원으로 가는 순례자로서 현세 삶을 살아감으로써, 아름다운 삶을 이웃들도 살아가게 함으로써 예언직을 수행해야 한다.

평신도들의 왕직 수행은 먼저 자신 안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죄를 이기고 거룩한 생활로써 그리스도의 왕적 자유를 누리는데서 성립된다. 평신도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삶으로써 그런 나라를 자신 안에 이루고 그런 삶을 이웃에 전파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왕국을 이 세상 삶에서 건설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의 삶을 먼저 자신 안에서 살아야 한다. 개인기도와 희생과 사랑실천의 삶을 살며 영원한 삶을 향해 가는 순례자로서 죄를 극복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이 깃들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

더 나아가 평신도는 자기가 처해있는 위치에서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으로 이 세상을 순화하고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상 삶에서 악을 거부하며 소멸시키고 선을 고양시키는 삶을 삶으로써 왕직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삶과 행동을 평신도사도직이라고 한다. 평신도사도직은 사제가 자의로 신도에게 베푸는 어떤 특전이나 어떤 사정 아래 신도에게 청하는 부탁 같은 것이 아니라 성세와 견진으로 말미암아 주님께 직접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신도사도직은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가 된 그 내적 본질에서 요청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들은 사도직을 행함으로써 올바른 사회, 국가가 되도록 노력을 할 의무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들 특히 지성인들의 열성이며 그런 열성은 사회생활 전반을 하느님의 창조 경륜에 걸맞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신자들 특히 지성인신자들의 21세기 더 나아가서는 제3천년기 초반 수세기에 걸쳐 수행해야 할 사명이다. 또한 한국교회는 이런 흐름을 아시아 전체, 넓게는 세계교회에 미쳐야 할 사명을 지고 있다.

정의채 신부(서강대학교 석좌교수),정리=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