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23) 청소년사목 의안 (하)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4-11-07 수정일 2004-11-07 발행일 2004-11-07 제 2422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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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에 여전히 아날로그식 접근
성직자 인식변화 눈높이 맞춘 사목 필요
주입식 교리교육 딱딱한 전례 벗어나야
「청소년 사목」 의안은 나름대로 잘 정리되고 종합된 「미래 한국 청소년 사목 지침서」로 평가된다. 의안은 무엇보다도 사목 헌장이나 선교 교령과 같은 공의회 문헌과 교황 칙서 등에 바탕을 두고 있어 교회 정신에 근본적으로 뿌리를 박고 있으며, 또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 사목 의안의 결과는 「잘 여문 황금 옥수수」를 바랐으나 「속빈 강정」을 생산해 낸 거친 옥수수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의안의 입안에서부터 작성까지 깊이 관여했던 한 사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년 사목은 그 문제점도 대안도 해결책도 결국 같으나,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 지 갈피조차 잡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청소년은 우리 교회의 현재이자 미래 교회의 일꾼이요 희망이다. 결국 청소년층에 대한 교회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하느님 나라를 향한 교회의 여정은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사목회의가 20년 전 상황에 대한 응답이라면, 오늘날은 현재의 상황에 맞는 대안과 해결책으로 구성된 새로운 응답을 찾아내야 한다.

- 현황과 반성

한국교회는 사목회의 후 청소년 사목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고 그 동안 청소년 사목의 관심과 배려를 강조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펼쳐왔으나, 20년 전과 현재의 청소년 사목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교회 안의 청소년층의 감소 등으로 사목 여건은 20년 전보다 오히려 더 악화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우선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청소년 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해왔지 사목의 협력자요, 교회 활동의 능동적 주체로 초대하는 데는 대단히 부족했다. 교회는 이론상으로는 청소년 사목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외치면서, 막상 실제 사목의 우선 순위에서는 청소년들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어내곤 했다.

실제로 우리 교회는 본당 차원의 어른들 행사에 예산을 과감히 집행하면서, 주일학교 예산 배정에는 인색한 것이 본당 운영의 관행처럼 굳어져있다. 본당 예산의 10%는 고사하고, 참가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본당이 부지기수다. 이런 소극적인 투자로는 청소년들을 미래 교회의 주인공으로 길러낼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회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맞는 사목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급변하는 사회와 문화적 환경은 청소년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그들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사목자들과 교회 관계자들은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인식과 당위성도 부족하다. 실제로 각 본당의 청소년 사목은 비디오 상영이나 체육대회, 방학을 이용한 캠프 및 피정에 그치고 있어, 급변하는 청소년 문화와 발맞추려는 교회의 노력은 전반적으로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청소년 사목의 대전제가 「주일학교 교리」라는 한 부분으로 소극적인 측면으로만 운운되고 있는 것은 한국교회가 간과하고 있는 큰 오류이자 단점이다. 어른들의 고정관념으로 짜놓은 주일학교라는 틀 속에 그들을 집어넣기 이전에, 청소년과 그 주변환경을 고려한 현실성에 기초한 보다 구체적인 사목 방침이 요청된다.

조재연 신부(서울대교구 본당중.고등학생사목 전담)는 청소년들을 위한 사목의 방향으로 「청소년에게 눈높이와 마음높이를 맞춘 사목」을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은 청소년을 종속적 존재나 피교육자로 보는 관점을 탈피, 같은 협력자 동반자로 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개인주의, 물질주의, 성적 제일주의에 만연한 청소년들을 보며 저들이 과연 우리 나라와 교회의 미래를 제대로 짊어지고 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교회는 이런 걱정에 앞서 청소년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많은 본당의 청소년 사목은 비디오 상영이나 체육대회, 방학을 이용한 캠프 및 피정에 그치고 있어, 급변하는 청소년 문화와 발맞추려는 교회의 노력은 전반적으로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 교구 시노드를 통한 실천

사목회의 이후 한국 교회 안에서는 청소년 사목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청소년 사목에 대한 교회의 특별한 사목적 배려를 강조해왔다. 90년대말부터 집중적으로 열린 각 교구 시노드에서도 청소년 사목 분야는 가장 중요한 교회 활동 영역으로 검토되고 다각적인 제안들이 이어져왔다.

특히 수원교구 시노두스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방안」을 2대 의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청소년 사목 활성화에 교구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왔다. 수원교구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추진중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전례, 교육, 선교, 시설 및 재정 지원, 가톨릭 청소년 문화 등 관련 전 분야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겠다는 포석으로, 청소년 사목을 본당 최우선 사목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에 열린 서울대교구 시노드에서는 폐막과 함께 반포된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에서 청소년과 청년의 경우 이들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주인으로 대접하고 교회 밖의 모든 청소년과 청년들까지도 사목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인식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 사목적 과제와 전망

청소년 사목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직자들의 인식변화와 배려가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성직자 중심의 한국교회에서는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청소년 사목의 일차적 책임이 성직자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중고등학생 사목에 헌신해 온 한 사목자는 『무엇보다 사제, 수도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교과 과정에서부터 청소년 사목 연구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며 『청소년 사목이 어른 사목으로 가는 길에 잠시 거쳐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래의 신학생들은 통일후의 청소년 사목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제들의 인식변화와 함께 본당 차원의 보다 구체적인 사목 계획도 요구되고 있다. 즉 본당청소년 사목을 부수적 사목이 아닌 본당의 최우선 중심 사목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가는 미사 전례와 주일학교 교육의 활성화는 물론 학교생활, 가정생활 등을 아우르며 신앙 생활 전반을 포괄하는 청소년 사목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댄스뮤직과 힙합 문화에 젖어 있는 청소년들에게 획일적인 주입식 교리교육과 딱딱하고 형식적인 전례는 아무리 그 내용과 정신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호소력을 지니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청소년들을 교회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청소년들을 교회 안으로 자연스레 초대할 수 있도록, 동시에 그들이 교회를 찾아 걸어올 수 있도록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사목이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감각과 개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청소년 스스로가 교회의 일꾼, 복음의 사도로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뉴 미디어 환경에 깊은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현대의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비롯한 미디어 문화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희망적인 부분은 몇몇 교구가 재단법인 차원의 가톨릭청소년회를 설립, 교회 내 청소년은 물론 일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청소년 사목 서비스와 사회 복음화의 새로운 공간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일부 본당들도 청소년 문화 동아리를 조직,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 만남의 장을 꾸준히 마련하는 등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회는 가치관과 문화의 혼란을 겪는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신앙을 복돋아주고 영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소명을 갖고 있다. 한 국가와 마찬가지로 교회의 미래 역시 청소년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사목적 노력들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확산되어 청소년들이 교회의 품안에서 신앙과 사랑을 키워 마침내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어 복음의 증인으로 나설 수 있도록 사목적 투자와 배려가 아낌없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