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17) 지역사목 의안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4-09-12 수정일 2004-09-12 발행일 2004-09-12 제 241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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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 ‘문화복음화’ 필요성 통찰
‘21세기 문화시대’ 맞아 더욱 절실
교구간 불균형·농어촌 관심도 지적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들 중에서 「지역사목」 의안은 사목회의의 사목적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의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즉 지역사목 의안의 구성과 내용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와 방법을 내놓아 한국 교회의 성숙을 도모하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 문화 유산을 계시의 빛으로 조명, 수용하고 신앙 생활 전반에 토착화를 이루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분석 검토해 미래지향적인 선교대책을 수립한다는 200주년 사목회의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작성돼 있다.

그래서 이 의안은 한국 교회가 『시대의 변천에 상응해 지속적으로 적용 가능한 원칙적인 사목지침을 마련하고자』(4항)했으며 『포괄적인 교회의 활동과 그 방향을 세워』(5항) 미래 사목의 길잡이로 삼고자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안은 서론과 제안사항 외에 모두 6개장의 본문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사목 의안은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사목활동 전반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포함된 영역과 범위는 매우 넓다. 특히 2장과 3장에서 다루는 문화사목, 토착화의 강조와 사회적 변화에 따른 능동적이고 예언자적인 사목적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오늘날 한국 교회 안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목적 방향이기도 하다.

사목은 세상 전체가 대상

의안은 먼저 제1장 「교회의 사명과 사목」에서 사목이란 무엇인지를 규명한다. 이에 따르면 『교회의 사목이란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서 나오는 「인간 구원을 위한 봉사」 활동이며, 「보편적 구원의 성사」인 교회가 「지금」 「이곳」에서 처한 세상과 관련을 맺는 모든 활동』(8항)이다.

따라서 교회가 지금 처해 있는 세상이 곧 사목활동의 영역이고 사목의 대상은 곧 모든 인간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교회의 사명은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7항). 이러한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한 교회의 활동은 곧 말씀의 선포와 증거, 그리고 봉사로 서술된다.

사목회의의 토착화에 대한 관심은 제2장 「한국 문화와 사목: 토착화」에서 잘 드러난다. 의안은 여기서 우선 문화의 정의를 언급하고, 『문화란 인간이 자기 주위 세계에 활동을 가하여 그것을 변형시킴으로써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고 개혁시키는 모든 활동과 그 소산을 총칭한다』(15항)고 말한다.

사목회의 의안은 이미 20년 전에 문화의 복음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고 이후 그에 대한 사목적 관심은 교회 일각에서 꾸준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사실 문화 복음화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모색이 자주 드러나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의 일로 보인다.

특히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지칭하는 추세가 강조됐고 교회 안에서도 문화사목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지닌 사목자와 평신도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문화의 복음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사목적 관심과 노력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급변하는 현대 사회가 제기하는 새로운 도전들 앞에서 더욱 광범위해졌다. 새천년기로 접어들면서 교회는 이러한 도전들을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역사목 의안에서 직접적으로 문화의 복음화를 통찰한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토착화 문제와 같은 맥락으로서 문화의 복음화는 사실 오늘의 한국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 사진은 뜨리니따스 전례음악 아카데미의 송년 자선음악회.

문화적 욕구에 대한 대응

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첨단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통신 기술의 접합으로 이뤄지는 네트워크 문화는 교회에 새로운 대처를 요구한다. 또한 80년대 후반부터 경제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다양한 문화적 욕구들이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로 다가왔고 인간 삶의 총체로서 문화는 복음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로 떠올랐고 문화의 복음화는 그 자체로 선교이며 사목활동이라는 인식이 이미 충분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의안은 그러나 정보사회나 정치 경제적 변화에 따른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라는 구체적 사안들에 대한 시야는 아직 갖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로 전통 문화와 그리스도교 문화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안은 그리스도교가 어느 특정 시대나 지역의 문화를 초월한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미래지향적인 문화 사목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여전히 설득력을 지닌다.

의안은 교회가 그 고유의 진리를 유지하면서도 그 문화에 탄생해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교회는 전통 문화와 만날 때 두 가지의 극단적 태도를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첫째는 전통문화를 무조건 죄악시하는 태도이며, 둘째는 전통문화가 교회와 아무런 갈등과 대립도 없다고 보고 무조건 최선의 것으로 수용하는 견해이다.

결국 의안은 문화의 토착화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빛으로 문화를 정화하고 쇄신시킴으로써 문화를 더욱 풍요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교회의 문화사목은 전통 문화를 그리스도 안에 완성시키고 복음화된 전통 문화를 통해 그리스도를 전하게 된다고 말한다.

의안은 이어 한국의 전통적인 샤머니즘에 대해서 그것이 여전히 한국인의 의식 구조 저변에 존재함을 인정하고 미신적이고 기복적인 신앙을 포함한 샤머니즘적 신앙을 무조건 단죄하거나 배척하기보다는 이를 참된 신앙으로 이끌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타종교인들과 대화를 통해 이들에게도 진리와 은총의 씨앗이 있음을 고려하며 윤리와 정신적 부의 개발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더불어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도 당부한다.

사회 변화에 따른 사목활동

제3장 「한국의 현대화와 사목활동」은 한국 근현대사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교회의 사목활동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효과적인 사목활동을 위해 교회는 항상 자기가 처한 시대의 징표들을 유심히 보아야』(30항)하고 복음의 빛으로 그것을 해명해줄 의무를 지닌다.

의안은 산업화, 도시화가 가져온 광범위한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 그에 따른 사목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산업화, 도시화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대화의 변화에 대해 의안은 그것을 『거부하기보다는 사랑 안에 세계 일치를 이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안은 구체적으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나타나는 교구간의 불균형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공동노력을 촉구한다. 또한 도시화에 따라 대가족 제도의 붕괴와 전통적 가치관의 혼란, 노인 및 청소년들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아울러 농어촌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촉구한다.

교구와 본당의 사목활동

이러한 성찰들을 바탕으로 제4장 「보편교회와 지역교회」는 교구와 본당에서의 사목활동 지침을 논한다. 교구의 사목에서 가장 큰 임무는 『교구내에 여러 가지 사도직 방법을 촉진시키고, 모든 사도직 활동을 종합해 밀접히 결합시켜 활력을 불어넣는 일』(43항)이다.

교구는 이를 위해 각 본당의 사목을 돕는 방안의 연구와 사목 방법의 교류를 도와야 하며 각종 사목 자료들을 제공하며 특수사목 영역을 교구 사목대상으로 해야 할 것을 지적한다. 아울러 교구에 사목국을 중심으로 사목계획 수립을 위한 상설 사목연구원이나 사목연구팀을 둘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교회의 공동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각 본당의 평신도 대표, 본당이나 교구에서 일하는 수도자, 성직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함께 교구 사목을 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한편 본당 사목과 관련해서는 공동사목의 필요성이 자주 지적되고 있다.

즉 본당들이 사목계획부터 활동까지, 공동사목을 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지역교회의 사목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시골과 도시본당 사이에서도 협력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의안은 특히 기초공동체의 육성 발전이 중요하다는데 주목한다. 이미 소공동체는 한국교회 미래사목의 대안으로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사목 의안은 『지역적 특성과 가족적 특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반 모임』이 기초공동체로서 이상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안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목 방향의 성찰에 이어 5장에서 이상적인 사목자상을 다루고 결론으로 제6장에서 『모든 사목활동은 은총에 의해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고 인간 안에 평화를 이룩하는 것』(68항)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사목활동은 『한국의 모든 전통 사상과 가치를 복음의 빛에 비추어 더욱 견고하게 발전시키며, 현대화로 인해 삶의 가치에 방향을 못잡는 사람들에게 영속적인 가치가 되도록』(70항) 도와야 한다.

지역사목 의안은 비교적 다른 사목 영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할 사목의 원칙과 방향들에 대해서,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하고 사회적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깊이 있게 제시했다. 이후 각 교구 시노드에서는 지역사목을 별도의 영역으로 다루지는 않고 있으며 각 사목영역별로 참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목 의안에서 직접적으로 오늘날 교회의 사목적 관심을 일깨우는 부분 중 하나인 문화의 복음화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토착화 문제와 같은 맥락으로서 문화의 복음화는 사실 오늘의 한국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

특별히 현대 사회와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매체, 대중문화다. 아직 정보사회의 전망이 없던 사목회의 개최 당시의 사회, 문화적 환경 안에서 제기된 문제이고 오늘날 한국교회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이는 앞으로 가장 주력해야 할 사목적 영역이기도 하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