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66】가톨릭교회의 보고(寶庫)-교황(1)

입력일 2005-04-17 수정일 200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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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선물 ‘위대한 교황’

하늘나라 열쇠를 맡고 있는 분

교회의 지존이며 자긍이자 힘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지존(至尊)이며 자긍(自矜)이며 힘이다. 그 까닭은 교황이 예수님의 지상 대리자(代理者)요 그리스도 교회의 법통(法統)이며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고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황의 위상을 종교계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드높힌 분이 지난 2일 서거하신 요한 바오로 2세이시다.

위대한 인간 - 카롤 보이티와

2005년 4월 2일 오후 9시 37분(한국시간 3일 오전 4시 37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서거하셨다. 이 소식은 전 세계가 관심을 집중시킨 빅뉴스였다. 미국의 CNN방송은 이미 9년 전부터 교황관저가 보이는 호텔방을 전세 계약할 정도로 이번 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각 방송사와 언론들도 연일 교황의 업적 및 교황청의 행보에 관한 소식을 특급으로 보도해 주고 있다. 4월 8일 교황의 장례식에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 200여명의 각국 정상들이 대부분 참석하였으며 400만 인파가 몰려 애도를 표하였다고 한다.

종파와 국적을 뛰어넘어 왜 전 세계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붙여진 수식어들은 이렇다.

- 『내게 총을 쏜 형제를 위해 기도하자. 나는 이미 진정으로 그를 용서했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저격자를 용서한 관용의 「지도자」

- 『나의 슬라브 혼이여/ 그대는 아름다움을 쫓는 집요한 시선이고/ 천국을 향한 애틋한 동경이어라./ 장구한 시련 속에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으로/ 천국의 장관을 몰래 곁눈질하는구나/ 나의 슬라브 혼이여/ 아득한 옛날부터 꿈을 꾸는 몽상가여』를 쓴 「시인(극작가)」

- 이탈리아식 대신 베이컨과 계란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첫 가톨릭 수장

- 스키와 등산, 카누를 즐긴 「멋쟁이」

- 네 권의 단행본을 비롯해 모두 500여 편의 논문과 수필을 쓴 「공부하는 학자」

- 모국어 폴란드어 외에도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외국어 실력이 있었다. 라틴어 수준이 완벽할 정도로 유창했으며, 이밖에 한국어, 일본어, 타갈로그어(필리핀 현지어)를 구사하고, 아프리카 방언 몇 가지에도 정통할 만큼 「언어의 귀재」

- 교황 즉위식을 마친 밤 고향에 전화를 걸어 『크라코프는 어떤가? 난 지금 좀 외로운 기분이 드네. 그래서 자네에게 전화를 했지. 옆에는 아무도 없어. 지금 난 좀 쓸쓸하다네』라고 했던 「진솔한 사람」

- 임종에 앞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울지 말고 우리 함께 기쁘게 기도합시다』라는 유언을 남겼던 「참 신앙인」

교황 -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세계 언론은 『교황 중의 교황』(영국 더 타임스), 『베를린 장벽 붕괴와 공산주의 패망의 주역』(러시아 코메르산트), 『죽음을 대하는 법을 가르쳐준 위대한 스승』(독일 디벨트), 『인류가슴에 화해.용서 새긴 사도』(한겨레) 등의 표현으로 격찬하고 있다. 한국의 김추기경은 그를 『세계의 목자』로 칭송하였다.

그가 교황직 재위 중 세운 진기록은 다음과 같다.

- 로마 가톨릭 역사상 456년만에 선출된 비이탈리아인 교황

- 최초의 슬라브인 교황

- 역대 교황의 평균 재위기간이 7.3년인데 반해 27년 동안 가톨릭을 이끌어 성 베드로, 성 비오 6세에 이은 3번째 최장기 재위 교황

- 알현과 모임을 통해 국가 원수들을 738차례 각국 총리들을 246차례 만난 교황

- 일반 알현 1161회에 1780만 명을 만난 교황

- 평화의 사도로 재위 기간 104회에 걸쳐 129개국을 방문한 교황

- A4용지 10만 페이지 분량, 2만회 이상 연설을 했던 교황

- 회칙 14건, 교황서간 45건, 교황권고 14건, 교황법령 11건 등 총 114건의 주요문헌을 발부했던 교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외형적으로 이처럼 전무후무한 초인적인 위업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후대에 높이 평가될 비상한 업적을 남기셨다. 그 편린을 우리는 다음과 같은 기록에서 발견할 수 있다.

- 「회상과 화해」(2003.3)라는 문헌에서 교황은 과거 가톨릭교회의 잘못으로 1. 십자군 원정을 통해 7만 여명 이교도 학살 2. 성지회복 명분 뒤에 불순한 동기들 인정 3. 반 유다주의를 표방, 나치 유다학살에 침묵 4. 신앙 순수성 명분 아래 마녀 화형 종교재판 5. 선교명분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정당화 등을 낱낱이 지적하고 반성을 촉구하였다. 이 문건을 두고 세계 언론은 세계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반성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 20세기 동구권 공산주의 해체, 동서독 통일, 평화적 냉전종식의 구심적 역할을 했다.

- 1992년 10월 교황은 특별재심과학위원회를 통해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1633년의 종교재판의 과오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완전복권을 선언하였다.

- 유다교, 이슬람교, 루터교회와의 화해 및 동방교회들과 일치를 꾀했다.

- 『이시대에 우리 종교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류의 선한 앞날을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그것을 어느 누가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종교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세계 모든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을 주재한 자리에서 이 말은 인간의 선함을 지켜내기 위한 요한 바오로 2세의 평생의 신념이며 메시지였다.

교황직

두 말할 필요 없이 「위대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교황」으로서 요한 바오로 2세를 20세기 및 21세기 역사의 무대에 등장시킨 것은 가톨릭교회에 유보된 교황직이다. 아니 요한 바오로 2세를 오늘 혼돈 속의 인류에게 선물했던 것은 베드로에게 그리하여 그 후계자들에게 주셨던 예수님의 약속말씀이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마태 16,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