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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만난 하느님] 서울 수서경찰서 '예수성심회'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3-10-26 수정일 2003-10-26 발행일 2003-10-26 제 2370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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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사목의 원조 모임
매주 미사… 전교 활발
쉬는 신자 찾아 권유
경신실마련 소망이뤄
수서경찰서 「예수성심회」 회원들이 배론 성지순례때 찍은 단체사진.
서울 수서경찰서 예수성심회 회원인 김제중(시몬)씨의 이야기는 경찰직에 종사하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얼마나 힘든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서 관내 본당의 신부님을 초대해 미사를 봉헌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신부님을 모시고 가던 중 갑자기 비상이 걸려서 모두 출동했다는 연락이 온 겁니다』

50여명 가까운 신자들이 떠난 경신실에서 김씨는 신부와 단 둘이 미사를 봉헌할 수밖에 없었다.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잦은 근무지 이동, 일반인들과의 보이지 않는 거리감 등은 신자 경찰관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데 있어 높은 벽이다. 그렇기에 3년이라는 짧은 역사임에도 신앙생활의 끈을 놓지 않고 활발히 활동하는 수서경찰서 예수성심회의 활동이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수성심회(회장=백종대 요셉)는 수서경찰서가 개서한 지난 98년 송파경찰서 「성심회」를 이끌던 회원들이 주축이 돼 창립됐다. 송파경찰서 성심회는 교회가 경찰사목에 관심을 갖기 전인 95년부터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고 전교활동을 펴는 등 경찰사목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

수서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신자들은 송파 성심회의 활동을 그대로 이어받아 「예수성심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경찰서가 새롭게 신설된 터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온 직원들이 많았지만 신자라는 것을 숨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낮과 밤이 바뀌고 수시로 출동해야 하는 직원들의 입장에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그 때문에 신자임을 밝히기 꺼려했던 것이다.

예수성심회는 전교에 앞서 쉬는 신자를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경찰서 내 각 부서를 방문해 상담활동을 벌이며 성당에 나올 것을 권유했다. 2001년에는 예수성심회 회원들의 간절한 소망이던 경신실을마련하고 이후 매주 수요일 미사를 봉헌하게 됐다.

현재 예수성심회는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경찰서 내에서 규모가 큰 모임으로 성장했다. 한 해에 두 번 10여명의 세례자를 배출하고 있고,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일원동본당 자원봉사자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피정이나 성지순례 등 위원회 행사마다 가장 적극적이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임으로 서울 경찰사목위 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직장 내에서 그것도 경찰이라는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회원들은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수서경찰서에서 매주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우대근 신부(서울 경찰사목위원회)는 『경찰 특성상 서내 분위기나 특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그만큼 사목활동에도 제약이 많다』면서 『예수성심회처럼 경찰에 몸담고 있는 교우들이 도움을 주고 조언을 해 준다면 경찰사목도 훨씬 수월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