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일터에서 만난 하느님] ‘경북도청 신우회’

박경희 기자
입력일 2003-04-27 수정일 2003-04-27 발행일 2003-04-27 제 234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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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이어주는 끈은 바로 소공동체 모임이죠”
매주 빠짐없이 이어와
냉담자 회두에도 한몫
신우회 회원들이 점심시간에 모여 소공동체 모임을 하고 있다.
경북도청신우회(회장=문상오, 지도=김상조 신부)는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직장내 소공동체 모임을 갖는다.

복음말씀나누기가 이뤄지는 시간이면, 직급.부서를 떠나 주님 안의 한 형제 자매로서 진솔한 신앙얘기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일상생활 안에서 작은 일들은 그냥 어기고 넘어가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마음을 다잡으며 제대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각기 다른 부서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점심시간 안에 모임을 마치기 위해서는 말씀나누기 7단계 가운데 4∼5단계까지 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회원들은 우스개소리로 「3030」 모임이라고들 부른다. 30분 기도하고, 30분 점심먹는다는 뜻.

지난 1983년 창립된 경북도청신우회는 한때는 100여명의 교우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던 잘나가던(?) 모임이었지만, 점차 회원들의 활동이 줄어들고, 냉담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직장 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소공동체 모임을 지향하는 교구 사목방향에 따라 직장공동체에서부터 먼저 앞장서야한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3월부터 매주 함께 모여 복음말씀을 나누며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장 분위기상 말씀나누기를 하면서 이런 저런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급기야 단 둘이서 모임을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1년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모임을 이어오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이제는 10여명 이상이 모여 말씀을 듣고, 묵상하며 직장내 복음의 씨앗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간 신우회원의 모습도 조금씩 변화했다. 한주간 복음말씀을 책상 앞에 붙여두고 보며 말씀에 따라 살 것을 다짐하기도 하고, 신자임을 알고 있는 동료들 앞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모임에 참석한 후, 다시 성당에 나오는 이들도 있다.

부회장 김정일(바오로.대구 큰고개본당)씨는 『매주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면서 냉담하고 있는 이들이 하루빨리 주님 품안으로 돌아오길 기도했습니다. 비록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말씀을 듣기 위해 모임에 오는 이들을 보면 기쁠 뿐이죠』

지금까지 기도와 복음으로 내실을 기했다면, 앞으로는 사랑나눔에도 적극 나설려고 한다. 매주 토요일 복지시설 등지로 봉사활동을 나가 말씀을 생활 안에서 실천할 계획이다.

부활의 시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며 노력하는 그들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지고 있다.

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