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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부터 다시] 1부 - 신앙고백 (18) 그리스도인의 자선활동

장병일 기자
입력일 2002-06-16 수정일 2002-06-16 발행일 2002-06-16 제 230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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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닌 ‘열린 마음’ 중요
먼저 가정에서 자선 생활화 교육
이웃에서 그리스도의 모습 찾아야
조그마한 봉제업을 하는 남봉철(베드로·41)씨 가족은 한달에 두번정도 혼자 생활하는 노인을 방문하고 있다. 아이들은 노인에게 재롱을 떨고, 부인은 집안 청소와 빨래, 주방일을 해주며, 자신은 집안에 수리할 것이 없는지 살펴본다.

남씨 가족이 이렇게 독거노인을 보살펴온지는 햇수로 2년째. 처음엔 「왜 시작했을까」,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그만 둬 버릴까」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점차 노인과 친해지면서 어색함이 사라지고 부인 역시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다 보니까 독거노인 방문하는 것이 이젠 가족의 일상사가 됐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선활동들은 무척 많다. 남씨 가족같이 「돈」이 아니라 「열린 마음」만 가진다면, 우리 주변에는 우리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산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독거노인, 재가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등…. 이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집안 청소를 해주는 것도 훌륭한 자선활동이며 따뜻한 말한마디, 다정한 눈길 하나, 때로는 조용한 미소마저도 무형의 자선활동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직접하지 못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일도 멋진 자선활동이다.

「기부의 생활화」도 필요하다. 적은 액수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또 꾸준히 지속한다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부의 생활화는 건강하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한몫할 것이다.

「자선은 집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자선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체험 교육이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들은 평소 자선이나 봉사활동을 할 때 자녀들과 함께 함으로써 살아있는 체험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해주자.

기부나 자선행위가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그것이 결국 하느님께 행하는 일이며(잠언 19, 17), 하느님의 보답과 죄의 용서를 받을 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에제 18, 7).

특히 예수그리스도는 자선을 단식, 기도와 더불어 신앙생활의 3대 지주로 여겼다(마태 6, 1∼18). 그러나 예수님은 기부와 자선을 권하면서 나팔을 불지말고(마태 6, 1∼4), 되받을 생각도 하지말고(루가 6, 35), 제한없이(루가 6, 30)실천하도록 요구한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하라는 말이다.

참다운 그리도교적 자선은 「값싼 동정」이 되어선 안된다. 불쌍한 이웃을 보고 단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두푼 건네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는 것은 결코 그리도교적 애덕의 실천이라고 할 수 없다. 보잘것없은 이웃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치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대하듯이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설 때, 비로소 참다운 그리스도교적 자선을 실천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남기신 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다. 사랑이 있다면 자선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자선은 이처럼 회개와 형제애, 새 계명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동정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마음을 비우고 행하는 신앙의 실천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자선의 모습이 돼야 할 것이다.

즉 자선은 풍족한 가운데서 넘치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자 믿음의 시작」이라는 차원에서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장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