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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주일 특집] 학교 교육의 현실과 가톨릭 청소년 사목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2-05-26 수정일 2002-05-26 발행일 2002-05-26 제 230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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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는 NO! 재미없는 주일학교 싫어요”
학교 학원 독서실 쳇바퀴 돌듯 … 가끔 주일미사
“속상하지만 다들 하니까” “주일학교 … 얻는 것 없어”
“인성교육 해마다 발표” “종착점은 여전히 입시”
”캠프·부서활동 활성화돼야”
“눈높이 마음높이 맞춘 사목 필요”
교육은 현재 심각한 상태에 있다.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신앙을 지켜나갈 시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청소년들이 대다수인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 이러한 현실 아래서 미래 교회의 일꾼인 청소년들에 대해 교회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청소년들이 말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에 대해 들어보고, 교회 청소년 사목의 전반적인 문제점과 향후 바람직한 대책을 모색해본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 가톨릭 청소년 연합회 회장단 학생 5명을 만나 우리의 교육 현실과 교회에 바라는 점 등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례 1- 우혁이네 가정

서울 강남 대치동의 모 중학교 1학년 학생인 우혁이(가명).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우혁이의 하루는 아침 자율학습으로 시작돼, 오후3시에 수업이 끝나 집에 오면 곧바로 학원 버스가 집 앞으로 찾아온다. 영어와 수학을 1시간씩 배우고 나서 우혁이가 찾아가는 곳은 검도장. 바쁜 와중에도 건강을 배려하는 우혁이 어머니의 뜻이다. 그 외에도 우혁이는 대입 논술시험에 대비해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글짓기 교실에도 나가며, 주1회씩 학습지 방문 교사가 찾아온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우혁이의 누나 윤경이(가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이른바 0교시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동생보다 먼저 집을 나선다. 방과후,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학원에 찾아가면 오후 8시경.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학원 수업을 들은 후에는 집 근처 독서실로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이러한 일과는 학교가 일찍 파하는 주말이나 주일에도 예외가 아니다. 주일학교는 초등부 활동을 끝으로 졸업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끔 주일미사에 나가는 것이 신앙생활의 전부다.

이들 남매가 1주일 동안 받는 과외 교육시간은 모두 100여시간 가까이 된다. 지역적 특색을 제외하고도, 지금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것들은 이 정도가 기본이다.

『밤 늦게 파김치가 돼서 들어오는 아이를 보면 물론 속상하죠. 그러나 다른 애들도 다 이정도는 해요』

입시라는 현실적인 벽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고 강조하는 어머니 박데레사(44?서울 대치동)씨. 인성교육과 특성화 교육이라는 허울좋은 제도가 해마다 발표되고 있지만, 결국 그 종착점은 「입시」라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컴퓨터 앞에 하루종일 있어요. 친구들과의 만남과 대화도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나 컴퓨터로만 한답니다』

어느덧 학교 급우들보다는 학원 버스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더 친해졌다는 우혁이의 말처럼, 이미 공교육은 그 기능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있어 「학교」라는 교육기관은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기관」에 불과해졌다. 어떤 지역에서는 예절과 심성을 가르치는 인성교육 전문 학원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박씨는 『신앙 생활도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울러 『주일학교에 보내도 아이가 얻어오는 것이 없다』며 본당 주일학교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주일학교가 교리교육 보다는 학교와 학원 사이에서 지쳐있는 아이들의 쉼터가 됐으면 해요. 배울 것이 많은 아이들에게 또 무언가를 가르친다기 보다는 마음의 안식을 줄 수 있었으면 해요』

#사례 2- 학생 대담

서울대교구 본당 중.고등학생 사목부 가톨릭 청소년 연합회(CYA) 회장단 학생 5명을 만나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는 한결같이 같은 대답이었다. 재미가 없다는 것. 오늘날의 교육 풍토를 감안했을 때, 학생들의 생각과 요구는 현실적인 부분과 너무나 달랐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와 성당은 복합 멀티미디어 공간 같은 곳이었다. 무엇인가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곳. 지루하지 않게,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늘 학업과 입시라는 짐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재미있는 주일학교는 유일한 탈출구의 역할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담 참가자 : 정수진(아녜스) 민수진(소피아) 강지훈(루피노) 이인선(율리안나) 이아름(크리스티나).

정수진(아녜스)
민수진(소피아)
강지훈(루피노)
이인선(율리안나)
이아름(크리스티나)

강지훈 : 『스트레스요? 풀 시간이 없죠. 그나마 중학교 때에는 친구들과 운동도 자주 했었는데…. 시간이 나면 그냥 컴퓨터 게임 하면서 놀아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 학원, 독서실에서 지내는데요.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요. 대학은 가야죠』

이아름 : 『주일학교에 다니긴 하는데, 그냥 습관적으로 나가요. 주일 아침에 학원이 없거든요. 그런데 갈 곳이 없어요. 그래도 성당에 가면 마음이 제일 편해요』

민수진 : 『딱딱하고 재미없는 강의식 교리보다는 재미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교리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년 내내 배우는 교리는 재미없지만, 여름에 가는 캠프는 너무 재미있거든요. 참, 성당에서 봉사활동 시간을 많이 마련해 줬으면 해요』

정수진 : 『성당에서 하는 행사들을 보면 주일학교 선생님들을 위한 잔치 같아요. 정작 우리들은 재미없고 유치하게 느끼고 있는데, 선생님들은 좋아하시거든요. 열심히 준비한 선생님들 앞에서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우리가 주최가 되는 행사였으면 해요』

이인선 : 『성당을 재미로 갈 수는 없지만…. 솔직히 재미가 없으면 그곳에 가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미사는 빠지지 않아요. 그런데 주일학교는…. 재미도 있으면서 친구들도 사귀고, 신앙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면 해요』

정수진 : 『주일학교 내의 부서(성가대, 전례부 등)가 다양해지고 더욱 활성화됐으면 해요. 부서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설자리가 없어요. 주일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모두 한 가지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해요』

강지훈 : 『아무리 좋은 여건이 마련돼도, 부모님이 반대하시거나 싫어하시면 주일학교에 나가기가 힘들어요. 저는 성당 활동을 하기 위해서 성적을 올리겠다고 부모님과 약속을 했어요. 주일학교가 활성화되려면 우선적으로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민수진 : 『저희는 만능이 아니거든요. 모든 것을 잘하기만을 바라는 주위의 어른들 모습이 답답해요. 가끔은 공부도 하기 싫고, 성당에도 나가기 싫을때가 있어요』

이아름 : 『적어도 주일만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성당에만 있었으면 해요. 아무리 그래도 성당 친구들이 제일 편하거든요. 미사도 드리고, 교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데 친구들이 성당에 오질 않아요』

#사례 3- 전문가 의견

서울대교구 본당 중고등학생 사목부를 담당하고 있는 조재연 신부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사목의 방향으로 「청소년에게 눈높이와 마음높이를 맞춘 사목」을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은 청소년을 종속적 존재나 피교육자로 보는 관점을 탈피, 같은 협력자 동반자로 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아울러 조신부는 ▲청소년, 주일학교 교사에 대한 선교정신 활성화 ▲청소년 성서 프로그램의 확산 등을 사목 방침으로 제시했다. 특히 성서 프로그램의 확산은 지난 2월 한국평협과 연계해 청소년 그리스도인 똑바로 운동인 「주님 맛들이기」 캠패인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청소년은 가난한 사람입니다. 사회 계층의 어느 누구도 청소년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거든요. 일부 어른들과 사목자들의 편견이 교회 안에서 청소년의 설자리를 자꾸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특히 조신부는 『무엇보다 사제, 수도자를 양성하는 신학교 과정에서부터 청소년사목 연구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청소년 사목이 어른 사목으로 가는 길에 잠시 거쳐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소년 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지 않는 이상, 교회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종교단체들이 교리 전파와 교세 확장을 위한 청소년 사업을 전개하는 등, 그들을 위하여 열심히 뛰고 있는 시점에서 가톨릭 교회도 청소년들에 대한 보다 다각적인 눈높이 사목이 요구되고 있다.

청소년 복음화라는 대전제가 「주일학교」라는 한 부분으로 소극적인 측면으로만 운운되고 있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큰 단점이다. 어른들의 고정관념으로 짜놓은 주일학교라는 틀 속에 그들을 집어넣기 이전에, 청소년과 그 주변환경을 고려한 현실성에 기초한 보다 구체적인 사목 방침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앙은 인간의 역사이며 삶 그 자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청소년들에게 진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우선적으로 청소년들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를 통해, 그들만의 세계를 좀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회는 청소년들의 사고방식과 눈 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들과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 속에 항상 사목적 기능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데 유념해야 한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