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5일 근무제 점검 (3) 주일학교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1) 주5일 수업과 주일학교의 실태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2-04-14 수정일 2002-04-14 발행일 2002-04-14 제 229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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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도 재미 없고, 놀 공간도 없고”
주일학교 출석률 저하 원인 학업·진학 탓만은 아닌듯
부족한 교육 문화 인프라 본당에서 적극 수용할 때
주5일 근무제의 시행을 앞두고 본지에서는 주5일 근무제와 이에 따른 관광사목의 현주소 등을 점검해보았다. 주5일 근무제와 병행해 전면 시행이 논의되고 있는 주5일 수업제. 토요일 4시간의 수업이 줄어든다는 것이 학생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또 이러한 주5일 수업이 주일학교에 미치는 영향, 교회의 대처방안 등을 짚어본다.

최근 서울지역 중고등학생들이 크게 한번 웃었다. 이른바 「0교시」라는 희한한 형태의 자율학습, 매일 새벽 등교를 위한 전쟁(?)을 일으켜온 0교시 수업이 폐지됐기 때문. 이와 함께 밤9시 이후에 실시되는 심야 자율학습도 금지됐다. 좀 더 자고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바람이 결실을 맺어서일까. 4월에 들어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더욱 경쾌한 듯 보인다.

또 하나 최근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설레거나 혹은 불안해하며 준비하고 있는 것이 주5일 수업제다. 현장에서는 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그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돼 왔지만, 실시 여부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 주5일 수업은 학생들의 자기 계발을 비롯해 교육내용의 심화 및 질적 향상 등의 긍정적인 부분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입시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또 학교 외에 다양한 사회·문화·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주5일 수업제의 실시는 많은 우려를 안고 있다.

주5일 수업에 따라 종교의 교육 문화 인프라 역할은 큰 몫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성 및 적성교육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높은 실태를 살펴볼 때 교회의 전인교육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교회로서는 주5일 수업제도를 적극 활용, 교회 안에만 안주하는 청소년 선교의 현실을 더욱 폭넓은 복음화의 계기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현재 한국교회에서는 유아·청소년 교육 거의 전부를 주일학교에서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주일학교 학생들의 출석률이 떨어지고, 참여 인식의 정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져 각 교구, 본당별로 주일학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모색하고 있다. 주5일 수업제와 별 관계 없이도 교회를 찾는 청소년들의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와 수업제에 따른 영향과, 생활의 변화 안에서 주일학교에 기대하는 역할을 살펴본다. 특히 교회 밖의 다양한 유혹을 떨치고 교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주5일 수업제를 폭넓은 선교의 계기로 마련하기 위한 주일학교의 변화 방향을 모색해본다.

주5일 수업 시범학교 긍정적

주5일 수업제 실시여부가 뚜렷해지면서 가장 큰 반대를 보인 것은 학부모들이었다. 학생들과 자기 계발 및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을 위해 주5일 수업을 찬성하는 의견이 높았다. 현재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평균 근무 시간은 중학교 평균 53.9, 고등학교 57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 44시간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이에 주5일 수업이 진행된다면 교육의 연구시간을 늘이고 질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학부모들은 학력저하, 사교육비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컸다. 또 학생들의 일탈 행위, 학교 밖 사회교육?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단순히 TV시청시간만을 늘어나게 한다는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주5일 수업 시범학교를 선정, 운영한 결과 처음 우려와는 달리 학생의 84.7%, 교사 94.2%, 학부모 72.3%가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주5일 수업제의 실시여부 시기에 있어서는 한길 리서치의 조사결과의 따르면 응답자의 70.4%가 주5일 수업제와 주5일 근무제를 함께 실시해야한다는 의견을 보였고, 또한 주5일 수업제만이라도 실시해야한다는 응답이 10.4%, 주5일 근무제만 실시해야한다는 응답이 7.9%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호주 등 50여개국으로 주5일 근무를 하는 선진국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이번달부터 초·중·고 공립학교의 주5일제 수업을 전면 실시하고 있다. 반면 사립학교는 55%만 실시하기로 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5일 수업에 따른 입시교육 편차가 클 것으로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시한 제7차 교육과정(현재 초등학생과 중1·2, 고1만 해당, 중3과 고2·3은 단계별로 2003년까지 시행 완료 예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연중 34주간 동안 받는 최소 권장 수업시간은 특별활동 시간을 포함해 초등학교 1학년 830시간에서 초등학교 5,6학년 1156시간, 중학생 1156시간, 고등학교 1학년은 1224시간으로 주5일 수업으로 충분히 충족 가능하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여가와 자기계발 시간이 조금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교육인적자원부는 단계적 주5일 근무제 추진에 따라 주5일 수업 연구학교 운영에 이어 토요일 개별 체험학습이나 특기?적성교육, 자유등교일의 과정을 거쳐 적응력을 키운 뒤 월 1회씩 회수를 늘려가는 식으로 토요일 수업을 완전 없애는 방향을 제시했다.

가정과 사회교육 강화

주5일 수업제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시도에 앞서 무엇보다 학교와 가정 외에 사회도 학습의 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관해서는 거의 고민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취미생활을 위한 여가나 특기 계발 등의 시간을 낼 틈이 없다. 무엇보다 종합적인 인성교육 및 적성교육은 부실이 누적돼 왔다.

주5일 수업이 실시되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숨통이 트일 전망. 하지만 이를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은 시급한 실정이다. 주5일 수업이 책가방 없는 날, 체험학습, 현장학습의 날 등으로 운영되는 데는 벌써부터 한계가 보인다. 지역의 박물관이나 도서관, 건전한 놀이기관 등 학교 밖 교육 프로그램과 실시공간, 지역문화센터나 공공시설 등 폭넓은 사회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지역사회?문화 인프라는 지역별 편차도 크고 아직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종교활동은 사회의 도덕성을 진작시키고 사회통합의 유지에 기여, 사회봉사적 기능에 부합하고 있어 비신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곳으로 교회의 주일학교가 적합하다는 데에 교육관계자들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주일학교의 실태

초등부 미사 때에는 어린이들이 성당을 꽤 메우고 있고 성가 소리도 높다. 그러나 중고등부 미사는 수가 초등학생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교리 시간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조사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주일학생 총 수는 1998년 초등부 17만8489명, 중등부 6만2461명, 고등부 4만6080명에서 2000년 초등부 17만7340명, 중등부 5만7650명, 고등부 4만1752명으로 전체 주일학생수가 약 3.5% 감소했다.

주일학교 대상 학생들의 전체 출석률의 예를 살펴보면 마산교구는 초등부가 49.0%, 중등부가 27.2%, 고등부가 16.1%로 조사됐다. 주일학교 등록은 초등부가 (2000년 현재) 67.9%로 가장 높고 중등부가 40.9%, 고등부가 27.5%, 주일학교에 등록한 인원의 출석률도 초등부 72.1%, 중등부 66.6%, 고등부 58.6%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주일학교 참여 비율은 낮아지는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대구대교구의 경우도 2001년 말 49개 본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의 교적 대비 주일학교 등록비율은 57%, 등록자의 출석률은 81%로 집계됐다. 전체 교적 대비 주일학교 출석률은 46% 정도였다. 중고등부 주일학생들은 45개 본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등록률은 41%, 등록자의 출석률은 79%, 교적 대비 중고등부 주일학생의 출석률은 32% 조사됐다.

인천교구도 교적대비 주일학교 대상자들의 전체 출석률이 초등부 55.3%, 중등부 29.2%, 고등부가 16%에 그쳐 학년이 높아질수록 출석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주일학교 출석률, 학년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출석률의 원인을 학업 및 입시에만 한정하는 인식은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마산교구 주일학교 실태조사에서는 주일학교 불참 이유에 대해 교사와 성직자들은 학업을, 부모는 자녀들의 약한 신앙을 꼽았으나, 학생 본인들은 「놀러 가느라」 주일학교에 빠진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중고등학생에게 「주일학교에 바라는 점」을 물어본 결과 취미와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서클활동을 원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재미있고 알찬 수업과 쉴 수 있는 공간 마련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각 교구에서도 청소년들의 성향에 맞게 체험하는 교리 형태의 새로운 교수법과 다양하고도 활기찬 전례양식 등 대체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당 주일학교에서도 일반 교리 외에 다양한 체험학습 및 서클활동 등을 펼치며 청소년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뚜렷한 학생수의 증가를 보이진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다면 주일학교가 더 침체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주5일 수업은 지금껏 청소년 선교가 교회 안에 안주해 있는 모습에서 적극적인 선교의 형태로 바꾸어야 될 충분한 여지를 가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와 주5일 수업제로 사회 문화활동영역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아울러 종교의 사회참여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교회에서 실시하는 평생교육이나 사회교육은 신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가 직접 사회에 개입함으로써 최소한의 갈등으로 교리를 세상에 직접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입시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또 학교 외에 다양한 사회,문화,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주5일 수업제의 실시는 많은 우려를 안고 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