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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캠페인-예수님은 담이 없으셨네] ‘성당건립 도우며 마음의 벽 허문 서울 서초동-전남 보성 벌교본당’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2-04-07 수정일 2002-04-07 발행일 2002-04-07 제 229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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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성당을 짓고…
임시 천막 아래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벌교본당 신자들.
『베드로 형제, 우리 성당공사가 어떻게 돼 간다우?』

『허허, 저도 어찌 돼 가는지 궁금해서 좀이 쑤십니다』

새 성당 신축이 진행 중인 광주대교구 벌교본당(주임=정경수 신부) 신자 둘셋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런 대화를 심심찮게 귀동냥할 수 있다.

신자 120세대 주일미사 참례자수 180여명, 더구나 이들 가운데 90% 이상이 생활능력이 없는 노인과 생활보호 대상자인 시골본당을 활기로 깨어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란 이름의 사랑이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을 뻔했던 촌로들에게 다가오는 희망의 무게는 늘 기분 좋은 가슴 떨림을 전해준다. 그래서 벌교본당 신자들의 대화는 늘 성당 이야기로 시작해 성당 이야기로 끝나기 일쑤다.

본당 살림살이조차 버거운 시골본당의 촌로들이 10억원의 큰 역사를 자처하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조그만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상습 침수지역에 위치해 허물어져 가다 급기야 지난해 6월 강제철거까지 당한 성당을 바라만 봐오던 벌교본당 신자들의 얼굴에 피어나고 있는 희망의 꽃망울은 평생 얼굴 한번 마주쳐보지 못했던 도회지 신자들이 심어 놓은 사랑의 씨앗에서 비롯됐다.

두 본당의 나눔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6월, 철거명령을 받은 벌교본당 신자들이 도움을 청하러 서울 서초동성당을 방문하면서였다. 벌교본당의 딱한 사연을 접한 서초동본당 신자들은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자신들의 주머니 뿐 아니라 마음마저 털기 시작했다. 그 결과 1억3000여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성당 신축기금을 모아 전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벌교본당 신자들은 본당 설립 45년만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꿈을 품게 된 것이다. 나아가 형제들의 도움으로 얻게된 희망과 자신감을 모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나가겠다는 꿈으로 부풀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본당의 나눔은 이런 물질적인 나눔에 그치지 않고 서로 오가며 각자의 마음 속에 은연 중에 자리하고 있던 마음의 벽을 하나둘 허물어 가고 있어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지난해 8월 24∼26일에는 서초동본당 주임 박기주 신부가 사목위원 39명과 벌교성당을 방문해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하며 친교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두 본당 레지오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갖는 등 끈끈한 유대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또 수시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형제의 정을 다져가고 있는 이들은 성당 신축을 공동의 관심사로 일상의 신앙생활에까지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힘과 지혜를 모아가고 있다. 이런 서초동본당 신자들의 마음씀씀이는 소박한 믿음으로 공동체를 꾸려오던 시골 신자들의 꿈과 희망을 현실로 바꿔 주는 힘이 되고 있다. 이런 힘이 모여 지난 11월 22일에는 성당기공식을 갖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마음에서 비롯된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새로운 나눔으로 번지기도 한다. 벌교본당은 성당 신축과 함께 인근의 낙안읍성을 비롯, 송광사, 보성 녹차밭, 지리산 등 관광자원을 활용해 기본적인 숙식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도시 생활에 지친 서울의 신자들에게 새로운 힘을 되어줄 계획도 구상 중이다. 또한 교류와 나눔을 이어가기 위해 함께 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벌교본당 정경수 신부는 『기적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삶을 경험하고 있는 신자들의 모습은 사람의 손을 통해 희망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체험하게 한다』며 『모든 장애를 뛰어넘는 이런 나눔이 널리 퍼진다면 형제적 사랑으로 교회공동체가 더욱 튼튼하고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