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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점검 (2) 관광사목 어디까지 왔나? (1) 현황과 과제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2-03-10 수정일 2002-03-10 발행일 2002-03-10 제 228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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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미사 배려 수준 … 초본당적 대처 방안 시급
별도의 인력·지원체계 구축해 신자들 교회이탈 현상 막아야
금요일 오후5시. 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김정민(43) 과장은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설악산에 위치한 한 콘도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 일주일전에 예약한 콘도 투숙 건이 제대로 됐는지 다시 확인한다. 김과장이 이렇게 분주한 것은 가족들과 함께 2박3일로 설악산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김과장과 가족들은 자주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됐다. 그는 이런 여행이나 여가의 기회를 자주 가짐으로써, 가족간의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하고 업무에 시달렸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롭게 재충전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비단 김과장의 사례뿐 아니라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나 레저문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과 동반해 근무가 마감되는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전국의 유명한 관광지를 돌며 「짧은 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 정착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의 풍속도이다. 올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한국 교회 안에서 관광사목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주일미사 참례자 수의 격감 등 전반적인 본당 사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효율적 관광사목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안들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의 참된 의미

참다운 관광이란 무엇인가? 관광의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어찌됐든 관광은 재미있고 즐거운 체험이다. 또한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운다는 의미에서 교육적 가치도 찾을 수 있다.

일상의 복잡함에서 훌쩍 떠나 나그네가 되고픈 심정은 복잡한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휴식하며, 자신을 발견하는 자아 성찰의 작업이 이어지는 모습은 관광이라는 여정을 통해 저절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관광생활은 평일에는 집 근처 공원이나 유원지 방문에서부터 주말에는 산, 바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일상 생활화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관광의 장점으로는 일상 생활의 긴장과 괴로움에서 잠시나마 휴식하는 기본적인 면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면에서도 관광지 주민과의 만남으로 다양한 환경을 접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광의 진정한 의미는 휴식과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관광이란 용어가 지니는 뜻은 「풍광, 문물을 보고 느끼고 배운다」는 것이다. 관광이 담고 있는 교육적 측면은 정규 교육 못지 않게 개인의 인성 계발과 지식 확대의 효과가 크다.

이러한 관광의 중요성이 주5일 근무제 시행과 맞물려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교회가 신자들에게 관광의 그리스도교적 의미를 밝혀주고 관련 지침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들이 보다 배가 돼야 할 것이다.

기능과 역할

현재 관광 산업은 단일 산업으로는 세계 최대 산업 중의 하나이다. 전세계 GNP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취업자 15명 중 적어도 1명은 관광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사실은 관광이 이제 개인적인 여가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면에서 하나의 산업으로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광 산업은 21세기 미래 유망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관광 레저 산업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유엔 산하의 세계 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에서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 산업의 경제 기여도는 세계 GNP의 12%이며, 매출액은 미화 2조 달러나 되고, 관광 산업에 고용된 인력이 총 1억 100만 명으로 이제 관광 산업은 석유, 자동차와 더불어 세계 3대 교역품이 됐다.

관광이 지닌 제반 효과로는 경제면에서 국제 수지 개선, 고용 증대, 국민 소득 창출 등의 효과와 사회 문화면에서 국가 홍보, 국제 관광, 지역 사회 발전 효과 등 국가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미치는 영향이 참으로 막대하며, 이를 국가 주요 전략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 각국의 공통된 추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자들이 성당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목적 자세로서는 새로운 변화를 감당할 수 없고 자칫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태의 사후 처방만을 낳을 수 있다.

관광사목의 실태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의장 후미오 하마오 대주교는 지난해 7월 「관광사목지침서」를 통해 『관광에 있어서 그리스도인들은 특별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을 감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는 곧 창조주의 아름다움을 빛내는 것이며 창조에 대해 묵상하는 것은 약속된 구원의 희망을 위해 기도하고 이를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마오 대주교는 관광사목의 목적에 대해 『관광사목의 주된 목적은 그리스도인들이 관광의 현실을 은총과 구원의 계기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데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둔 현 한국교회 관광사목의 실태는 실로 열악한 상황이다. 비단 주5일 근무제 여파가 아니더라도 경제성장과 여가문화에 대한 관심 증대로 국민들의 「관광지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 우리교회 관광사목은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례 배려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관광사목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95년 가톨릭신문이 조사한 관광사목과 관련된 신앙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8.4%가 관광지 임시성당이나 관광객을 위한 신앙강좌 등을 요청했고, 더욱이 45.4%는 휴가시 미사참례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현재 관광지나 휴양지에 위치한 본당에서만 여기에 관심을 갖고 현지 미사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들 본당이 대개 시골 본당이어서 재정적으로나 인력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지 본당에만 모든 책임을 떠맡기는 현 실태에서는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자들의 교회 이탈 현상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적어도 교구차원에서 별도의 인력이나 지원체제를 구축해 관광사목을 지원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일부 지역 사목 박차

이처럼 관광사목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관광지역에 위치한 일부 교구와 본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들도 전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대전교구는 관광사목을 위해 대천해수욕장본당을 신설했다. 해수욕장을 전담하는 전국 최초의 선교본당이다. 이곳은 신자수 80여명에 불과하고 주일미사 참례자 수도 50여명 밖에 되지 않지만 휴가철이면 엄청난 피서객이 몰려오기 때문에 건립된 본당이다. 대천해수욕장본당측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 신자들을 위해 미사와 고해성사를 비롯해 숙박, 여행안내, 특산물 구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한편, 인근 성지와 관광지를 연결하는 성지순례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또 원주교구 대화본당도 강원도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사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곳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무렵」에 나오는 「대화장」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으로 본당측은 노후된 건물을 재건축하고 도시 신자들을 위한 피정의 집이나 교육관을 지어 신자 관광객들을 맞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향후 과제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주님의 날」 교서를 통해 『주일은 주님이 우리 가운데 살아계심을 경축하는 날』이라고 지적하고 『적절한 휴식과 이웃을 향한 애덕을 실천해달라』고 강조했다. 주일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같은 가르침은 한마디로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이 하느님 아버지의 집을 향한 큰 순례의 여정』이란 관광사목 지침과도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이제 한국교회도 관광 및 여가문화를 제대로 정립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가정에 머물러 있는 신자들보다 가정을 떠나 여행중에 있는 신자들을 위해서 특별한 사목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구나 본당에서 우리 신자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신자들의 영성적 차원을 염려하여 교구간 본당간 담을 넘는 협력관계의 사목체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일선 사목자들은 현재 가족 중심의 관광이 정착되는 상황에서, 가족단위의 다양한 피서지 안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큰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사목활동의 사각지대로 인식되어 온 관광사목의 필요성이 예전부터 문제 제기만 되어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목자들은 앞으로 관광지 인근 본당은 물론, 도시 본당에서도 신자들에게 관광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는 철저한 사전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전국 각 본당이 연계되는 초본당적 관광사목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가족단위 피정 ▲각종 테마관광 개발 ▲본당 또는 단체 단위의 관광 ▲관광지 본당에서의 위탁 프로그램 운영 ▲관광지 상설미사 개발 등이 제안되고 있다.

■ 주교회의 이주사목위 총무 정병조 신부가 설명하는 관광 사목의 신학적 근거

“순례통해 성숙한 신앙인으로 변화”

『하느님 보시기에 저희는 선조들처럼 이러저리 떠돌며 남에게 몸 붙여 사는 신세였습니다. 아무 희망도 없이 떠도는 모습은 마치 땅 위를 스쳐가는 그림자 같았습니다』(1역대 29, 15). 일찍이 다윗왕이 하느님 앞에서 고백했던 이 말은 다윗 왕 뿐 아니라 모든 인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다.

인류는 태어남을 이 세상에 발을 들여 놓는 것으로, 죽음을 땅의 모태 속으로 혹은 하느님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여겼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상황을 나타내는 지상 여정(교회헌장 49항 참조)에서의 순례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언제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고도의 유동성으로 특징지어지는 현대사회에서 순례는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하여 관광 사목은 일반적인 사목적 배려의 차원에서 순례 사목에 대한 명료한 신학적 기초를 제시해야 하며, 확고하고 영구적인 사목 양식을 이끌어내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순례를 제안하고 장려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인류의 복음화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한다. 순례를 통해 사람들은 보다 깊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변화되기 때문이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