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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날 특집]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석 주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2-01-20 수정일 2002-01-20 발행일 2002-01-20 제 228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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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친절합시다”
김지석 주교
오늘날 전 세계에는 약 1억 5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사람들이 자기 삶터를 떠나 생활하고 있다. 교회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위해 매년 「이민의 날」을 정해 지내고 있다. 1월 20일 제88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석 주교에게 이주사목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본다.

▲ 우선 '이주사목'이 현대 사회에서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 이주사목은 날로 그 중요성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영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전 세계는 이제 어느 나라도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을 바탕으로 전 세계인들이 서로 소식을 전하고 직접 교류, 왕래하는 하나의 지구촌이 된지 이미 오래 됐습니다. 오늘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서 이동하고 있지요. 이렇게 이동하는 사람들의 영적, 신앙적 생활을 돌보는 것이 바로 '이주사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의 삶터를 떠나 다른 지방, 국가를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이지요.

▲ 우리나라 주교회의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와 같은 사목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별히 한국주교회의의 이주사목위원회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교황청에도 같은 이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서가 있고 각국 주교회의 산하에 우리처럼 이주사목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위원회의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이뤄집니다. 우선 국내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이나 성지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을 위한 '관광사목'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부쩍 활성화되고 있는 관광사목은 앞으로 주 5일 근무제의 확산 등 여러 가지 교회적, 사회적인 요인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다음은 배를 타는 선원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양사목'이 있습니다. 오랫 동안 뭍을 떠나 생활하는 이 분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지도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신자들을 위한 「교포사목」은 지금까지 위원회가 가장 주력해온 부분입니다. 많은 사제와 수도자들이 해외의 한인 성당에 파견돼 있기도 하지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신자들을 위한 활동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도록 교회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들을 위한 실제 사목은 각 교구와 사목담당 부서와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도 교구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 전 세계 교회가 이러한 사목 영역이 갖고 있는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이민의 날」을 정해 기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이민의 날이 제정된 후 87차에 이른 작년에 처음으로 이민의 날을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담화문을 번역해 신자들에게 알리고 포스터도 제작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올해 제88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특별히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사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많은 분쟁과 갈등의 원인들 중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인종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종교간의 반목과 갈등이 심각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자신의 신앙도 소중하지만 다른 종교인들이 지니고 있는 신념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수용해주어야 합니다. 종교인들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할 때 이러한 갈등과 투쟁은 없어질 것입니다.

▲ 이민의 날을 맞아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특별히 일선 사목자들이나 신자들에 대한 바람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지요.

-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어줄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대체로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낯선 사람들을 대할 때 냉정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외국인이든 우리 나라 사람이든, 우리 교구·본당이든 타 교구·본당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가 확산되고 정착될 때 그것이 바로 이민의 날을 맞는 우리 가톨릭 신자들의 올바른 자세가 될 것입니다. 여행이나 관광은 이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중화된 레크리에이션 활동입니다. 여행을 떠나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집을 떠나서도 신앙을 벗어나지 않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누구든 친절하게 대해야 합니다.

조금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탈북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우리 민족이기도 하면서 비극적인 이유로 자기 고향을 등진 사람들입니다. 물론 정치적인 여건이나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가톨릭 신자들부터 솔선수범해서 이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배려해주려는 자세가 매우 필요합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