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교의 달 특집 - 장명옥 선교체험수기] 주님의 향기를 퍼뜨리는 선교 (1)

입력일 2001-09-30 수정일 2001-09-30 발행일 2001-09-30 제 226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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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전교의 달을 맞아 선교활동에 헌신하는 신자들의 체험수기를 연재합니다. 이번호부터는 대구 지산본당의 가두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명옥(율리아)씨의 선교체험수기가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1. 사랑을 보여주는 삶

96년 대구 지산 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차차 저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딸을 입교 시켰습니다. 처음에 제가 교리반에 다닐 때 저의 남편은 저 혼자만 성당에 다니고 자신에게는 절대로 입교를 권유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가 세례를 받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세례를 받고 나서 더욱더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로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예전보다 더욱더 최선을 다했고 겸손하고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마음을 먹고 가난하고 소외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저 나름대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적막감이 흐르는 한밤중에 우리집 대문 앞에서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라서 밖에 나가 보았더니 이웃집 아주머니였습니다.

『아주머니, 한밤중에 어찌된 일입니까?』하며 얼굴을 쳐다본 순간 그 아주머니는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을 지으며 『저어, 지금 일어 설 수도 걸을 수도 없어요. 그래서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와주시리라 믿고 찾아왔어요』하면서 미안했던지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그럼요, 어려움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언제나 찾아오세요』하면서 그 부인을 부축해서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 집 아저씨는 알콜 중독자였는데 사흘이 멀다 않고 자기 집 아이들과 아내를 구타해서 그 집 가족들의 얼굴에는 멍이 들어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날도 술을 많이 마시고 아이들과 아내를 구타하며 죽여 버리겠다며 몽둥이를 들고 쫓아와서 그 아주머니는 옥상으로 도망을 쳤지만 더 이상 피할 수도 없어서 난간 위에 서 있었는데 아저씨가 몽둥이로 머리를 내려치려는 순간 그만 옥상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일어 설 수도 걸을 수도 없고 통증이 심해서 무릎으로 기어서 우리 집까지 찾아 왔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밤 늦은 시간이라 인근의 병원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여서 그 아주머니를 태우고 경북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거기서 X-ray를 촬영해보았더니 발목과 발뒤꿈치의 뼈들이 많이 부서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참담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건 아주머니가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형편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저의 남편이 의사이므로 그곳에 있는 동료 의사선생님들의 협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의 딱한 사정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생각해서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실 것을 당부 드리고 입원을 시켜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는 『이 은혜를 어찌 갚으면 좋겠습니까?』하며 저에게 미안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머니 아무 염려 마시고 다 나으신 후에 저와 함께 성당에 다니시면서 많은 기도를 하다보면 틀림없이 아주머니 가정이 하느님의 평화로 가득 찰 것입니다』하고 손을 꼭 잡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남편이 허락을 하지 않아서 지금은 엄두도 못 내요. 후일에 사정을 보아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보겠습니다』하며 연신 고마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의 주변 사람들을 입교시키기 위해서는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제 자신의 언행을 보여 주는 일은 정말 중요했습니다. 그랬더니 저의 모습을 지켜본 남편은 제가 세례를 받은 지 2년 뒤에 스스로 입교를 해야겠다며 발길을 성당으로 옮겨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신앙 생활은 저희 가정에서 삶의 윤활유가 되었고 평화로 가득 찬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2. 만나는 이웃이 구원의 대상

저는 지금까지 좀더 적극적인 선교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주님께 죄스런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지난 6월에 저는 레지오 단장직을 맡았습니다. 우선 어깨가 무겁고 조금 막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묵주 기도를 하면서 주님과 성모님이 저와 함께 해 주시기를 빌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핸드백과 차 안에 선교책을 챙겨 넣고는 언제 어디서든 선교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동차 수리하러 갔다가 그 집주인이 차안에 있는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책을 보고 그 쪽에서 먼저 『성당 다니시나봐요?』하면서 말을 건네 왔습니다. 『네, 천주교 신자입니다. 종교가 있으세요?』하였더니 『무교 입니다』라면서 성당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지난 여름휴가 때 「관광여행을 하는 것 보다 자신들에게 더 유익한 일이 없을까」하고 찾던 중 우연히 천주교 프린트 물을 통해 ME 라는 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 부부는 ME라는 모임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며 피정에 참석했다가 좋은 말도 듣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분께 『성당에 다녀 보지 않으시겠어요?』하고 물었더니 망설임도 없이 『예, 다니고 싶었지만 혼자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이사 온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는 사람이 없거든요』. 저는 마음속으로 「주님께서 저를 통하여 계획하신 일을 이루고 계신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그 분을 입교 시켰습니다.저는 이 일을 계기로 묵상을 해보았습니다. 누구든지 신자로서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선교하려고 뜻을 세우면 주님께서 도와주심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 연락처=(053-784-4168, cmoch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