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전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1-30 수정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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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세기 러시아 국보급 이콘 ‘한눈에’
한·러 상호교류 30주년 일환
러시아 이콘 박물관 소장품
내년 2월 27일까지 전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전시를 위해 제작한 성화벽.

500여 년 전 러시아에서 제작된 이콘이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서울 중림동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 이하 역사박물관)이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을 주제로 15~19세기 제작된 러시아의 국보급 이콘들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2020~2021 한·러 상호교류의 해’ 3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다. ▶관련기사 21면

전시 작품들은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이콘 박물관 소장품이다. 러시아 이콘 박물관은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모스크바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사립 박물관이다. 현재 비잔틴 시대 이콘을 비롯해 러시아 각지의 이콘 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중 전시에서는 회화 57점, 조각 9점, 성물 14점 등 러시아 정교회 대표 이콘 80점을 만날 수 있다. 역사박물관 부관장 사승환 신부와 김영호(베다) 예술 감독 등이 지난 8월 러시아로 건너가 직접 확인하고 고른 작품들이다.

11월 25일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개최한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전 개막식에 참석한 염수정 추기경(왼쪽 세 번째)과 정순택 대주교(오른쪽 두 번째), 러시아 이콘 박물관 니콜라이 자도르즈니 관장(염 추기경 왼쪽), 원종현 신부(맨 왼쪽)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러시아 이콘의 역사는 998년 러시아 최초의 국가 키예프공국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정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15세기 이후 황금기를 거치면서 각 지역의 특수성을 드러냈고, 그들만의 고유한 양식으로 발전하며 러시아 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특히 정교회의 전통에서 이콘은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믿음의 세계를 육화적 감성으로 표현한 신앙의 형상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유럽 이콘과 다른 러시아 이콘의 특징은 사색 깊고 명상에 잠겨 있는 듯한 눈빛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권위적이거나 엄격한 모습보다 인간적인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마련한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전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

전시에서는 그들만의 독특한 양식과 숭고한 특징을 보여주는 러시아 이콘의 세계를 세 부분으로 나눠 소개한다. 첫 번째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시간적 흐름 속에서 러시아 이콘의 전개 양상을 확인할 수 있게 마련했고, 두 번째는 주요 성인 및 그들과 관련된 일화를 표현한 이콘들로 구성했다. 마지막은 성화벽을 제작해 공개했다. 정교회의 구조적인 특징 중 하나인 성화벽은 신자들이 모여 있는 회중석과 성직자들이 전례를 집전하는 지성소를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제작된 성화벽 속 이콘을 통해 그리스도의 강생부터 부활까지 인류 구원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원종현 신부는 “이번 전시는 11세기 동서 대분열과 종교개혁으로 분리된 이웃 종교인 정교회를 소개하는 전시”라며 “또 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러시아 이콘을 통해 하나였던 초기 교회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1월 25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 개막식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신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해 러시아 이콘 박물관 니콜라이 자도르즈니 관장, 대한불교 호계원장 보광 스님, 한국 러시아 정교회 최지윤 신부 등 100여 명의 종교, 정치, 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를 건네며 종교간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 95일간 이어진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