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주시는 거대한 ‘성체’와 같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770~780항 성사를 통해 성체를 모신 이가 또 다른 그리스도 성사가 되듯 교회, 성령을 통한 거대한 성사
무엇이 “신비롭다”라고 말할 때,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면 신비로울 게 없습니다. 꽃은 신비롭습니다. 인간은 꽃에서 ‘아름다움’을 봅니다. 그러나 짐승들은 꽃이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태극기를 보며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봅니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 신비롭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 가장 ‘신비로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인간’입니다. 그 이유는 눈에 보이는 육체와 보이지 않는 영혼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겉모습만 보지 않고 그 안에 있는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사람이 보이는 육체와 보이지 않는 영혼의 결합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악마는 신비롭지 않습니다. 그의 ‘거짓’ 때문에 신비성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악마를 “거짓말쟁이이며 거짓의 아버지”(요한 8,44)라고 부르셨습니다. 아담과 하와도 죄를 짓고 하느님 앞에서 부끄러워 몸을 가리고 나무 뒤로 숨었습니다. 이렇게 진실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면 ‘신비성’을 잃게 됩니다. 사람이 끝까지 진실할 힘을 주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그래서 성령을 거짓의 악령과 대비하여 “진리의 성령”(1요한 4,6)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성령은 인간을 ‘신비’롭게 만드는 힘인 동시에 ‘거룩’하게 만드십니다. 성령은 인간 안에 들어와 하느님 모습을 심어주십니다. 성령께서 하느님 자신이기 때문에 성령을 받은 이는 하느님을 상징하는 신비롭고 성스러운 인간이 됩니다. 이렇게 피조물이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과 하나가 될 때 ‘신비’라는 말 대신 ‘성사’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신비’(mysterium)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결합’을 의미한다면, ‘성사’(sacramentum)는 ‘눈에 보이는 피조물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결합’입니다. 가장 완전한 신비이자 성사이셨던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인간이시면서 성령을 통하여 아버지와 하나가 되어 가장 완전한 ‘신비’이자 가장 완전한 ‘성사’가 되셨습니다.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