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6·20의거 상징조형물 건립추진위’ 상임대표 정근식 교수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0-06-09 수정일 2020-06-09 발행일 2020-06-14 제 319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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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인권 위한 의거 재조명해야”
‘제2의 안중근’ 이춘상 의사
일제강점기 소록도갱생원서 일본인 원장 처단한 인물
의거 현장에 조형물 준비중

정근식 교수가 6월 4일 「역사비평」 2005년 가을호에 실린 자신의 논문 ‘일제 말기 소록도갱생원과 이춘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제2의 안중근’이라 평가 받는 이춘상 의사(1915~1943)의 1942년 6월 20일 의거를 기념하는 ‘6·20의거 상징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이하 6·20의거 위원회) 상임대표인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토마스·64) 교수는 “이춘상 의사는 독립운동이라는 민족적 관점과 한센인들의 인권운동적 관점에서 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교수는 오는 6월 20일 낮 12시 서울 봉천동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리는 6·20의거 상징조형물 제작 설명회를 앞두고 6·20의거가 갖는 역사적 중요성이 망각돼 온 사실을 되짚었다.

아직 국내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춘상 의사는 소록도갱생원(현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으로 생활하던 중 일본인 스오 마사스에(周防正季) 원장을 1942년 6월 20일 칼로 처단한 인물이다. 스오 원장은 절대 약자인 한국인 한센인들에게 학정과 인권탄압을 일삼아 숱한 희생자를 야기했다. 또한 한센인들로부터 강제로 돈을 걷어 1940년 8월 20일 9.6m 높이로 자신의 동상을 세운 뒤 매월 20일을 ‘보은감사일’로 정해 소록도 전체 한센인들을 동상 앞에 모아 놓고 참배를 시켰다. 이춘상 의사는 1942년 6월 20일 오전 8시5분경 스오 원장이 보은감사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그에게 달려들어 “너는 한센인들에게 무리한 짓을 했다”라고 추상같이 외친 후 의거를 감행했고 이듬해 2월 19일 대구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돼 순국했다.

정 교수는 “총으로 의거를 행한 안중근 의사는 추앙하고 칼로 의거를 행한 이춘상 의사는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일제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며 “6·20의거 상징조형물을 의거 현장에 세우는 일을 계기로 이춘상 의사가 올바로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상징조형물 제작은 6·20의거의 역사적 의미에 공감한 홍성담 화백이, 글씨는 원광대 여태명 교수가 맡았다”고 소개했다. 여 교수는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기념표지석 글씨를 쓴 서예가로도 유명하다.

「역사비평」 2005년 가을호에 이춘상 의거를 다룬 최초의 학술 논문 ‘일제 말기 소록도갱생원과 이춘상 사건’을 발표한 정 교수는 “이춘상 의사는 활동 이력이나 집안 내력으로 볼 때 독립운동에 관여한 사실이 분명하다”며 “국가보훈처가 이춘상 의사를 독립유공자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의 결과이고, 반드시 재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