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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회적 거리 두기’ 2m의 의미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0-03-17 수정일 2020-03-17 발행일 2020-03-22 제 318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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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배려와 사랑 더욱 키울 때
감염 확산 막기 위한 조치
자칫 관계 단절 우려되기도
온라인상 연대와 기도 중요

지난 2월 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종 코로나 대응지침’을 실시했다. 확진환자와 접촉했던 사람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확진환자와 2m 내에서 접촉한 사람들은 모두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갖도록 했다.

아직 감염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의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2m 거리 유지를 포함한,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다. 코로나19는 비말(침방울) 접촉으로 전염된다. 침방울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반경은 대개 1m 이내, 하지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m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국 천주교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역사상 유례없는 미사 중지 조치를 취했다. 각 교구는 미사 중지를 앞두고 깊은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월 25일자 담화문에서 신자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결정했음을 헤아려 달라”고 청했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 역시 2월 26일 담화문에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 적극 협조하고 신자들과 감염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미사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2m 거리 두기를 포함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2월 24일 담화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재난의 시기에 더욱 서로를 배려하고 돌보는 데 솔선수범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결국 사회와 국가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가져야 하는, 공동선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다.

하지만 자칫 ‘거리 두기’로 인한 관계의 단절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존경하는 지인과 은인들과의 거리를 두는 일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직장 내 회식이나 친교 모임은 찾아보기 힘들고, 결혼식과 장례식에도 찾는 손님이나 하객들이 거의 없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하지만, 인간은 서로에 대한 일체감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본성을 갖고 있기에 이에 대해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를 표방한다. 한 예로, 사람들은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대신 전화, 인터넷, 각종 SNS 등을 통해서 온라인상 연대를 지향한다. 이는 미사가 중단돼도 여전히 신앙의 활력을 잃지 않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공동체 미사에 참례할 수 없는 신자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TV 매일미사에 참례하고, SNS를 통해서 기도 운동을 펼친다.

주일미사에 참례할 수 없다고 해도 참된 신앙인이라면 오히려 일상에서 더 깊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일부러 거리를 뒀지만, 오히려 더 큰 배려와 애정을 키우는 법을 배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