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이요? 우린 모두 하느님의 특별한 작품입니다.”
백발의 88세 추기경은 하느님을 ‘위대한 작가’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린 모두 같은 인간이라고 강조하는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오롯이 하느님을 바라보며 한 길만을 걸어 온 그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정 추기경은 신간 「위대한 사명」(정진석 추기경 지음/330쪽/1만8000원/가톨릭출판사)에서 우리에게 그동안 꼭 전하고 싶었던 열두 사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 책은 제 선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제로서 선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마 사제라면 누구나 써 보고 싶은 이야기 아닐까요.”
열두 사도는 그가 지난 70년 세월 동안 꼭 써보고 싶었던 주제였다. 우리는 책 속 사도들의 모습에서 우리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열두 사도 하면 보통 존경할 만한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에서는 우리와 너무나도 닮은 제자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심지어 이기적인 모습, 경솔하고 뻔뻔하기까지 한 그들이 예수님을 만나면서 변해 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더불어 인간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용서하고 사랑하시는 ‘자비의 하느님’임을 강조한다. 자연스레 하느님 앞에 우리는 다 같은 자식임을 겸손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예수님을 팔아먹은 제자도 그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그를 용서해 주시지 않았을까요. 그런 이들도 당신 작품의 한 부분이니까요. 저는 그런 사람을 보면 하느님께 ‘이 사람도 용서해 주세요’라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