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5년… 다시 만날 날 그리며 오늘도 살아갑니다” 유가족 10여 명 모여 서로 상처 보듬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상담 진행 현실에서 숨쉴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생명지킴이’ 발대해 자원봉사 펼치고 친환경 가방 제작해 수익금 기부 혼자 사는 노인들에 반찬 배달도
분홍색 진달래와 푸른 잎사귀가 봄볕을 머금은 듯 화사한 모습으로 친환경 가방 위에 수놓인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줄기와 꽃잎이 하나씩 더해지면서 꽃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 옆에서는 컵받침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천 위로 몇 번의 붓질을 거치자 컵을 올려놓기가 아까울 만큼 예쁜 그림이 금세 완성된다.
친환경 가방과 컵받침을 만들고 있는 노선자(베로니카·53·안산 와동일치의모후본당)씨와 윤선숙씨는 안산생명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이곳에서 건우엄마와 선우엄마로 불리는 두 사람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었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현실’에서 안산생명센터는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10여 명은 안산생명센터에서 유화를 비롯해 한지공예, 캘리그라피, 친환경 가방 만들기 등 미술수업에 참여해왔다. 미술을 통해 상처를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유가족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하나다. ‘살기 위해서’다.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 유가족들은 가느다란 생명의 빛을 안산생명센터에서 찾고 있었다.지난해부터는 유가족들이 세상으로 나와 자립할 수 있는 활동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유가족 3명을 포함해 총 29명으로 구성된 생명지킴이를 발대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독거노인 무료 반찬 사업을 통해 안산시 와동·월피동 일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배달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마스크팩 포장작업을 통해 모은 성금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에게 전달했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친환경 가방 판매수익금도 폭력 가정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쓸 계획이다. 5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엄마에게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선자씨는 “당시에는 지옥이 이런 곳인가 싶었다”고 회상한다. 죽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고, 온전하게 살아갈 수도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기 위해 찾은 곳이 안산생명센터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게 사순 시기였어요. 그래서 지금도 사순 시기를 보내는 게 힘들죠. 힘든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도 열심히 살고자 하는 건 죄 없이 건우에게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안산생명센터가 없었다면 그 힘든 과정을 견뎌낼 수 없었을 거예요. 이 곳에서 저는 다시 살아난 거나 다름없습니다.” ※문의 031-365-4770~3 안산생명센터 ※후원 신협 131-017-368171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