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종교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문학과 종교는 각각 경험적이고 선험적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자기성찰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독일의 신학자 한스 퀑과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발터 옌스는 이 둘의 관계에 대해 “모호성, 양면성, 불화스러운 일치, 상호 조명, 변증법이 하늘과 땅 사이에 뻗어 있는 터인즉, 긴장스럽고도 두려운 관계”라고 정의한다.
‘불화스러운 일치’라는 말 속에는 ‘비록 불편할 수도 있는 관계이지만, 서로를 알지 못한다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은 문학과 종교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강론을 펼쳤고 그 열여섯 편의 기록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문학과 종교」는 파스칼의 「팡세」에서 그리피우스의 「시」, 레싱의 「현자 나탄」, 횔덜린의 「찬가」, 노발리스의 「기독교와 유럽」, 키르케고르의 「기독교 훈련」,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카프카의 「성」까지 여덟 편의 작품을 중심으로 문학과 종교, 그리고 근대가 맺고 있는 관계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