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본 지옥같은 현실
“왜 고소했죠?”
“나를 태어나게 해서요.” 영화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이제 10살을 조금 넘긴 ‘자인’이 부모를 고소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난민이 살아가는 실제 현장에 관객들을 초대한다. 영화 ‘가버나움’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2019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1월 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상영관이 100곳도 안되지만, 벌써 누적관객 9만을 넘기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버나움’은 성경에 등장하는 도시 ‘카파르나움’의 다른 표기다. 영화의 번역자가 외래어표기법이 정해지기 이전의 표기를 사용하는 개신교 성경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성경에서 카파르나움은 예수가 공생활을 펼친 중심지이자, 예수의 수많은 기적이 행해진 도시다. 그러나 영화는 레바논 난민의 삶을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비춘다. 마을에는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생활환경은 물론이고, 담배를 피며 전쟁놀이를 하는 아이들, 마약을 밀반입하는 사람들, 돈을 위해 갓 10살을 넘긴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 하루 종일 길거리에서 일하고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이 펼쳐진다. 기적은커녕 인간의 기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