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수녀’, ‘왈패 수녀’, ‘조폭 수녀’, ‘겨울빨래 수녀’… 수도자의 별명이라 하기엔 다소 과격한 표현들이다. 모두 한 노(老)수녀의 별명이다.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하고, 어르신들 찾아가 웃음을 선물하면서 자연스레 붙었다고 한다. 별명의 주인공, 성가소비녀회 김현남(메히틸다) 수녀가 최근 축성생활 60년을 회고하는 자서전 「겨울빨래 수녀한테 걸렸니?」(김현남 지음/287쪽/1만5000원/예지)를 펴냈다. 김 수녀의 좌우명이기도 한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라는 말씀을 세상 가장 힘든 이들을 위해 실천해온 사연들이 담겨 있다.
“겨울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잖아요. 신부님들 사이에서 ‘저 수녀에게 한 번 걸리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뜻에서 ‘겨울빨래 수녀’란 별명이 붙었죠.”
‘거지 수녀’는 재소자들을 위해 알음알음 필요한 것들을 얻으러 다닌다 해서, ‘왈패 수녀’와 ‘조폭 수녀’는 조직 폭력배 출신 재소자들도 무서워 않고 따끔하게 야단치는 모습에 얻은 별명이다.
사실 김 수녀가 어떤 일을 하고자 마음 먹으면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한 번 품은 뜻은 간절한 기도로 해답을 얻고, 그대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교정사목 소임을 막 시작했을 때, 교도소 내 불교 집회에는 공양미 덕에 늘 떡이 제공되더라고요. 천주교 집회에 오는 재소자에게는 더 큰 떡을 주고 싶어 기회만 손꼽아 기다렸죠.”
김 수녀는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다 갑자기 감실을 감싸 안고 빈 성당이 울리도록 소리 쳤다. “예수님! 저도 떡 좀 해 주세요, 네? 예수님! 떡요, 떡요, 떡!” 김 수녀 꿈에 나타난 예수님의 답변은 ‘외상 떡’이었다. 당장 신자가 운영하는 떡집에 달려가 외상으로 떡을 주문했다. 신기하게도 다음날 교도소를 찾은 손님 신부로부터 떡값만큼의 후원금을 받아 외상을 갚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김 수녀의 책에는 ‘치아의 기적’과 ‘초코파이의 기적’을 포함한 64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마치 김 수녀의 음성이 지원되는 듯 재미난 대화체로 적혀 있어 287쪽 책이 금방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