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우간다에 ‘추기경 김수환 센터’ 세운 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 이사장 오웅진 신부

아프리카 우간다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08-28 수정일 2018-08-28 발행일 2018-09-02 제 311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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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자란 아이들이 이 땅의 희망 되길”
우간다 어린이 20%가 ‘에이즈 고아’  부모 사망하면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
초중고 교육·기술 가르쳐 자립 이끌 것

오웅진 신부가 추기경 김수환 센터에 거주하는 에이즈 고아 어린이를 안고 있다.

“우간다 어린이의 5분의 1이 ‘에이즈 고아’입니다. 이들은 부모로 인해 아무런 잘못도 없이 날 때부터 에이즈 환자가 돼 고통당합니다. 또 자라면서 부정적 인식 속에 배척당하고 방치됩니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마태오복음 25장 40절의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는 말씀은 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이하 꽃동네)을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재단 이사장 오웅진 신부는 “8월 18일 축복식을 거행한 우간다 추기경 김수환 센터 역시 그러한 영성을 바탕으로 우간다의 가장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맞아들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에이즈 고아의 가정 방문 기억을 되살렸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 12명을 키우고 있었다. 자식들이 모두 에이즈 후유증으로 사망해 버려 그들의 아들딸들을 돌보고 있었던 것.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우리가 돕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 신부에게 에이즈 문제는 생소하지 않다. 2001년 한국에이즈예방재단 창립 때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후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에이즈 예방 및 퇴치, 감염 환자 치료와 복지 증진에 힘써 왔다. 지금도 재단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추기경 김수환 센터의 축복은 고 김수환 추기경과 오 신부의 인연을 재조명하는 계기로도 눈길을 끌었다. 김 추기경의 임종이 가까웠던 2008년 12월, 문병하러 갔던 오 신부는 에이즈 고아들을 위한 재단 설립을 알렸고 이때 김 추기경의 실명(實名)을 재단 이름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김 추기경 서명을 받은 승낙서는 2008년 12월 26일자로 작성됐다.

오 신부는 “생전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에이즈 환자를 돕는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던 김 추기경이 어려운 처지의 에이즈 어린이들을 돕자는 취지에 공감했던 것 같다”며 “천국에서도 지상에서처럼 좋은 일을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김 추기경 이름을 재단 명으로 정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수환장학재단 기금은 오 신부가 2006년 받은 막사이사이상 상금 5만 불을 종잣돈으로 삼았다. 현재 재단은 정식 설립에 앞서 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 내에 ‘추기경 김수환 장학기금’을 조성해서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이 기금을 통해 전 세계 에이즈 고아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오 신부는 우간다 에이즈 고아들을 위해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추기경 김수환 센터 축복식에서 공표한 대로, 곧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라는 그는 “그 외 제빵 및 목공 전문 기술 교육, 컴퓨터 교육 등을 통해 아이들이 성년이 돼서도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느님 사랑을 통해 우간다 미래에 희망을 주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아무리 멀고 힘든 곳이라도 찾아가 가난한 아이들을 만나고 보살필 것이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그 아이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 같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세상’을 향한 꽃동네의 꿈은 우간다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아프리카 우간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