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45) 반전에 반전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4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예전에 수도원 일로 1박2일 동안 형제들과 지방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일 날, 전국에 살고 있는 우리 수도회 형제들 몇 명이 그 행사에 참석했기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몇몇 형제들은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근처 식당에 모여서 저녁 식사를 했고, 그 후 떠날 사람은 떠나고 그다음 날까지 남아 있을 형제들은 계속해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날 밤, 다음 날 행사에 참석할 형제들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저녁식사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밤 9시30분에 도착한 형제, 10시 넘어 도착한 형제, 마지막으로 11시 넘어 도착한 형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화 내용이 즐겁다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긴 하루를 마무리 하고 정해 놓은 숙소를 찾아가는데 숙소는 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우리 일행 세 사람은 어느 수녀회 본원을 찾아갔습니다. 우리 수도회 신부님이 상주 신부님으로 계신 곳으로, 손님방이 두 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잠을 잘 것이라고 상주 신부님에게 미리 말씀을 드려 놓았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밤 12시가 다 된 때였고, 수녀원뿐 아니라 상주 신부님 방에 불도 꺼져있었습니다. 조심조심, 수녀원 대문 비밀번호를 눌러 안으로 들어간 후, 우측에 있는 사제관에 갔습니다. 조심조심, 조심조심…!

우리 일행 중에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고 가운데 독방을 받았고, 두 분의 수사님은 맨 끝방으로 갔습니다. 방에 들어간 나는 방안에 뜨거운 온기가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은 간단히 씻고 방바닥에 누웠는데 순간, ‘앗, 뜨거!’ 소리가 나왔습니다. 방이 너무나 뜨끈뜨끈 거렸습니다.

그래서 심야전기로 작동하는 온돌방 온도를 내리려고 했더니, 온돌방 온도기는 중앙통제식이었고, 안타깝게도 그 장치는 상주 신부님 방에 있었습니다. 혼자 생각에 신부님을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요만 깐 채 요 위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정말 더워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선잠이 든 모양입니다.

다음 날 새벽, 우리는 전례 시간에 맞춰 수녀원 성당에 갔더니 거기에는 침묵 중에 수녀님들과 맨 끝자리에 상주 신부님이 계셨습니다. 우리는 간단히 눈인사를 한 후 아침 기도와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아침식사를 하러 상주 신부님과 식당으로 이동했고,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진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상주 신부님이 먼저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수사님들 오시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새벽 미사도 있고 그래서 그만 자버렸어요. 그런데 잠자리는 편했어요?”

이때다 싶은 나는 약간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음, 잠자리, 너무너무 편했는데…, 밤새도록 목욕탕 사우나실에 있었던 것 같았어. 그러다보니 방이 너무너무 뜨거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그러자 우리 일행 중 다른 수사님이 하는 말이,

“아하, 강 신부님은 어젯밤에 방이 뜨거워서 못 주무셨구나. 그런데 이상하지, 우리는 어제 가운데 방에서 주무시는 분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정말 한숨도 못 잤는데! 그런데 그분은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하시면, 우리가 밤새 들었던 소리는 무슨 소리였지?!”

나는 두 분 수사님의 말을 듣고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살면서 내가 누군가로부터 받고 있는 불편함 때문에 힘들다고 투덜거릴 때, 그 순간은 나 때문에 누군가가 더 큰 불편함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깨닫게 된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