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하느님 당신은 사랑이십니다

배견(알비노·대구대교구 김천황금본당)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4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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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께서 최근 85세의 나이로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고관절 골절로 자리에 누우신 장모님을 무려 8년이나 홀로 간호하고 보살피셨던 장인어른!

우리들이 “아버님 홀로 힘들어서 어쩌시냐?”고 걱정이라도 할라치면 “그런 소리마라, 나는 이 사람이 곁에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다”하시며 우리들의 염려를 일축하고 허허허 웃으시던 장인어른께서 지난 1월 장모님을 하느님 곁으로 보내고 나서 장모님이 그리워서 못 견디셨던지, 장모님 떠나신지 겨우 5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급하게 하느님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장인어른 떠나시기 일주일 전 의식 없이 산소 호흡기를 쓰고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허둥지둥 마지막 모습을 뵈러 서울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아버지가 20대 때 성당에 다니고 싶어서 교리를 받다가 할머니가 너무 완강하게 반대하셔서 세례를 못 받으셨는데, 그 후엔 우리들 키우느라고 쪼들려서 결국 영세를 못하시고 여든을 넘기셨는데 허무하게 저렇게 보낼 수는 없어요.”

“여보! 우리 아버지 좀…”라고 아내가 울부짖었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어서 생각해보니, 언젠가 술김에 “나도 자네 따라 성당엘 가야하는데…”라고 속마음을 한 번 비추시던 생각이 나서 여의도성모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원목실로 달려가서 장인어른 대세를 청하였더니, 수녀님과 신부님께서 반색을 하시며 달려 나와 ‘베드로’라고 이름을 붙여서 대세를 주셨습니다.

그길로 내려와서 우리 교적에 장인어른 이름을 올리고 사흘 만에 장인어른께서는 결국 영원히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꿈도 잊고,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허둥대며 살아가지만, 우리들의 머리카락 수까지 다 알고 계시는 우리 주 하느님께서는 20대 때 성당에 다니고 싶어 하시던 장인어른의 소망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시다가, 마지막 순간에 구원의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도 잊지 않으시는 주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라는 기도가 흘러나왔습니다.

노년의 삶이 즐겁고 풍요로우려면, 찾지만 말고 되어 주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친구를 찾지만 말고,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좋은 사람을 찾지만 말고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 줄 것이며, 좋은 조건도 찾지 말고 내가 먼저 좋은 조건이 되어 주는 겁니다.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태워도 연기가 없다고 합니다. 하느님 당신은 사랑이십니다.

배견(알비노·대구대교구 김천황금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