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하느님 나라로 돌아갈 순례자임을 일깨워 산티아고 대성당 부속 박물관 생기자 순례와 관련된 유물 자발적으로 봉헌 예술품·지도책 등 다양한 작품 통해 순례의 역사와 의미 이해할 수 있어
순례자 박물관의 여러 전시품 가운데서 눈길을 끄는 것이 많다. 그 가운데 ‘순례자 복장으로 길을 떠나는 성 가족상’이 있다. 18세기에 멕시코에서 은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 요셉이 산티아고로 향하던 사람들과 같은 복장으로 순례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성가족의 순례상은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서는 순례자라는 것을 알려 준다. 즉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사람들은 잠시 이 세상에 머물다가 때가 되면 다시 하느님 나라로 가는 여정에 있다는 것이다.
또 특별한 작품은 라몬 피날(Ramón Pinal)이 2015년에 제작한 나무 다발 ‘울뜨레이아(Ultreia)’이다. 겉으로 봐서는 이 박물관에 어울리지 않고 값어치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산티아고로 향하던 순례자들이 실제로 짚었던 수백 개의 지팡이로 만든 것이다. 작품의 이름 ‘울뜨레이아’는 산티아고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기뻐하며 서로에게 나누던 인사말이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작품 제작을 위해 기꺼이 지팡이를 내주었는데, 이 앞에 서면 그들이 겪었을 고단한 순례길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것은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 박물관에서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 지팡이라 해도 사람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에 그것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이 작품처럼 비록 하찮아 보이는 물건이라 해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면 그것은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더욱 풍요로운 것은 성당의 보물을 잘 전시하고 있는 부속 박물관과 주변에 순례자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에 그런 박물관이 없다면 성당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특히 순례자 박물관은 산티아고를 찾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채워준다.요즈음 우리 교회에서 기념관이나 갤러리,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문화 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최근에는 여러 교구에서 문화 시설을 만들어 신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교회 문화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교회의 문화 기관은 타종교나 사회단체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부족하고 전시품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우리 교회의 문화 발전은 어느 한 계층의 사람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성직자와 수도자 뿐 아니라 신자들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문화 발전을 위한 역할을 다 할 때 교회 문화는 조금씩 자랄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도 처음에는 아주 작게 시작됐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순례와 관련된 작품을 기증하고 기부하며 오늘의 박물관으로 키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특성화된 교회 박물관이 교구나 관구 곳곳에 설립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정웅모 신부(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유물 담당) rn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