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사제 성화, 함께 가는 길 / 박영호 기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12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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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은 사제 성화의 날이었다. 한국교회는 지난 1995년부터 매년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에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이 뜻깊은 날을 지낸다.

이날 광주대교구도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를 가졌다. 사제 성화의 날 미사에 앞서 한 시간 남짓 새 사제와 중견 사제, 그리고 선배 사제들은 각각 자신들이 체험한 사제로서의 삶을 동료, 선·후배 사제들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새 사제는 사제로서의 ‘첫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을 다짐했고, 중견 사제는 가난한 이웃에 대한 더 깊은 관심과 사랑을, 그리고 선배 사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나눴다.

우리는 때로 사제들에게서 흠도 발견하고 인간적인 한계를 만나기도 하지만, 사제들의 삶이란 온전히 하느님께 바쳐진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날 자신의 체험을 발표한 세 분의 사제는 모두, 자신들은 부족한 존재이지만 자신들의 사제로서의 정체성과 삶이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이기에 그 부족함이 채워진다는 것을 고백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어진 미사에서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참된 권위를 갖추고 성직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면, 사제들의 각성과 함께 평신도들의 신앙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앙과 교회생활에 있어서 평신도들의 미성숙이 성직주의의 한 가지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결국 사제 성화의 여정은 사제들 스스로의 노력과 평신도들의 주체적이고 성숙한 신앙 실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떠받치고 이끌어주는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하는 길인 듯하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