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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삽시다] 15. 쉽게 포기하는 대학생

최수호 <가톨릭의대 외래부 교수>
입력일 2018-02-19 수정일 2018-02-19 발행일 1985-06-16 제 1460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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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로 상경、유학생활 적응 못해
무슨일이든 부모가 해준 것이 문제
22세된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그는 매사에 자신이 없고 우울하고 무슨 일을 결정할 때는 어떻게 해야될지 알 수가 없으며 마음이 항상 괴롭다고 호소하였다. 가끔 잠을 못 잘때는 자신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왜 생겼을까를 고민하며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 들때가 있으나 용기가 없어 죽지도 못한다고 한탄하였다.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여자친구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면 좀 마음이 풀릴때도 있었으나 그 여자친구도 내 자신의 허약한 점만을 알게되어『네가 너무 부담스러워 절교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서로 헤어진 일이 있다며 자기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에 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워 휴학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매주마다 리포트、시험을 치루어야 되는데 자신에게는 부담스럽다고 하였다. 휴학해서 고등고시공부를 해 자신에게 한번 도전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인간、최고로 인정받는 인간이 되는 환상을 자주하였다. 어릴때부터 그는 동네애들하고 싸울때는 항상 두들겨 맞기만 했고 다른애가 대신 상대를 때려주고 보호해 주었으며 자신이 남을 이겨본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외아들로 자랐기 때문에 부모가 무엇이든지 해주었고、자기노력으로 헤쳐나간 일이 없다고 회상했다. 중ㆍ고등학교시절에도 그는 머리가 영리하여 얼렁뚱땅 공부해서 시험을 보아도 시험성적은 좋은 편이었고 세상을 쉽게 살아온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대학에서는 얼렁뚱땅이 통하지않는다. 이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하며 그는 당황하는 마음상태를 노출하고 있었다.

면담치료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자신이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부모를 떠나 상경、대학교에 진학해서 서울생활에 적응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부모가 보살펴 주고 자기 마음대로 하던 버릇、즉 부모의 보호밑에서 안이하게 자라던 자신이 처음으로 세상에 노출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데서 불안이 일어났다. 부모와의 분리 불안의 재현이 일어났던 것이다. 무슨 문제에 부닥쳤을때 항상 부모가 옆에 있다는 생각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영위했으나 부모와 떨어지면서、현실접근에 대한 불안이 발생하여 항상 집에 돌아갈 생각이 자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휴학하고 싶은 심정으로 바로 여기에 그 동기가 있었다.

둘째、본인의 의존심이었다. 남에게 의존하고 있는 심정이 또한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특히 그 여대생에게 의지해서 안정을 찾으려고 시도했으나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 학생은 한 여학생한테서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리석은 의존심때문에 우울、불안이 표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같이 충족될수없는 의존심을 가지고있는 자기가 싫어서 자기스스로 고등고시 공부를 해 남들이 인정하는 사람이 되고자 환상하는 것이었다.

자기자신을 탈바꿈시켜 새로운 자기를 구축할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 학생은 신경증의 특정적인 현상을 다 가지고 있었다. 의존심을 극복하기위해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환상、그 환상에서오는 갈등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학교공부에 성의를 다할수있는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인내력、추진력을 길러나가는 젊은이가 되었으면 싶다. 무엇이든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빨리 얻지 못하면 쉽게 절망、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너무도 많은 것은 어떤 사회적 분위기 탓일까!

최수호 <가톨릭의대 외래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