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 신부(인천교구 부개동본당 주임)는 사제관에서 틈틈이 묵주를 만든다. 묵주 만드는 법은 6년 전쯤 후배 신부에게 배웠다. 그저 신부가 할 수 있는 취미일 뿐일까? 정 신부는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생각하며 어느새 1000여 개의 묵주를 만들었다.
“성당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신부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기도해주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본당 사목을 하는 틈틈이 묵주를 만들고 봉사자들에게 드리기 시작했어요.”
정 신부는 “신부가 묵주를 만드는 건 ‘정’(情)이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면서 “신자들에게 기도와 행동을 요구하는 만큼 저도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특히 정 신부는 죽은 이와 성소자들에겐 빠짐없이 묵주를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신자들이 평소 연도는 많이 바치는데 묵주기도는 잘 바치지 않는 경우를 본다”며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하는 기도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보내면서 바치면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죽은 이들을 위한 묵주는 정 신부가 직접 상주에게 주기 보다는, 상주와 가장 먼저 만나는 연령회를 통해 전달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선교 효과도 크다. 장례가 끝난 뒤 유가족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며 감동하기도 하고, 냉담을 하던 이들이 성당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정 신부도 뿌듯함을 덤으로 선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