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맞아 교황, 난민·노숙인 등과 함께 식사

입력일 2017-11-21 수정일 2017-11-21 발행일 2017-11-26 제 3071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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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하는 형제 외면하는 무관심을 물리쳐야”

11월 19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점심식사 자리에서 행사에 초대한 이들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9일 제1회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이주민과 난민, 노숙인 등 7000여 명을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초대해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나누며 사랑 나눔의 실천을 강조했다.

참가자 중 1500명은 미사 뒤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으며, 다른 이들도 로마 시내 신학교와 급식소 등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함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자비의 희년 폐막미사에서 “가난한 이들은 복음의 중심에 있다”면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하고, 전 세계의 교구와 본당이 함께 기념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교황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강론에서도 “세상의 눈으로는 가난한 이들이 가치가 없게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우리에게 천국에 이르는 길을 제시해 준다”면서 “가난한 이들은 우리가 예수를 찾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이들은 우리를 천국으로 이끄는 여권(passport)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등지에서도 가난한 이들과 이주민, 난민이 초대됐다. 또 이주민 자녀를 포함해 12명의 어린이들이 미사 복사를 섰으며, 낭포성섬유증을 앓고 있는 한 살배기 딸을 키우는 어머니가 빵을 봉헌했다. 교황은 이 빵을 축복한 뒤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교황은 이날 복음인 ‘탈렌트의 비유’(마태 25,14-30)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 모두는 하느님 보시기에 탈렌트를 받았다”면서 “따라서 그 누구도 쓸모없지 않으며 가난은 남에게 줄 물건이 없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무관심한 중죄를 짓고 있다”면서 “구걸하는 사람으로부터 눈을 돌리거나 이들에게 향했던 발길을 돌리며 ‘사회문제’를 탓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다운 응답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황은 이에 앞선 11월 16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있는 무료 진료소를 깜짝 방문해 검진을 기다리는 이들과 환담하고 진료소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가난한 이들과 노숙인들을 무료 진료하는 이 이동병원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앞두고 11월 13~17일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환자들과 대화를 나눈 교황은 이탈리아 적십자회 소속 간호사들과 진료소를 운영하던 자비협회 자원봉사자들과도 만났다. 환자들을 진료하던 실비아 로사티 박사는 “교황은 계속해서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하며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