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의 아이들 보며 제 삶 돌아보게 됐죠” ‘가고 싶다’는 생각, 행동으로 태권도장 다니며 봉사 준비 현지에서 50여 명 가르치며 사제 도와 각종 봉사 도맡아
지씨는 매일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태권도를 가르쳤다. 10~20대에 이르는 청소년·청년 50여 명이 매일 찾아와 배웠다. 6개월 동안 꾸준히 참석한 사람만도 20여 명이다. 성당에서 일하는 청년들도 배우고 싶어해서 새벽반을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잠비아 솔웨지교구 청년대회 중에는 본당 청년들과 함께 1200여 명의 잠비아 청년 앞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지씨는 “특히 콩고에서 온 난민 청년들이 가장 열심히 태권도를 배웠다”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은 걸 보면서 ‘내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환경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선교지에 가는 봉사자는 단순히 봉사가 아니라 선교를 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부님이 활동을 잘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바로 선교죠.” 지씨가 잠비아에서 태권도만 가르쳤던 것은 아니다. 지씨는 현지에서 사목하고 있는 김종용 신부의 손발이 돼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김 신부는 본당과 공소 사목뿐 아니라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에 대한 지원, 신자 면담, 장학금 전달, 공소건물 건축과 인부 관리, 트럭이나 굴착기 운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일을 혼자 해내고 있었다. 지씨는 선교지에 있는 동안 “어떤 일이든 내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김 신부를 도왔다. 지씨는 “신부님이 너무 많은 일을 하면서 선교에 투신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됐다”면서 “특히 그저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신부님의 활동에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6개월간의 봉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씨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시 잠비아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고 있다. 여전히 지씨의 마음에는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해맑은 표정으로 미소 짓는 잠비아 어린이들의 표정이 아른거린다. “한국에 오면서 ‘다시 보자’고 잠비아 친구에게 인사하니 ‘언제 다시보냐’면서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어릴 적부터 봉사하면서 만난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다시 온다고 말하고는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음에는 장기간 방문이 아닐지라도 다시 잠비아를 가고 싶습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