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수원가톨릭대와의 학술교류 협약차 방한한 파리가톨릭대 총장 필립 보르덴 몬시뇰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09-19 수정일 2017-09-20 발행일 2017-09-24 제 306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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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젊은이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집 돼야”

필립 보르덴 몬시뇰은 “젊은이들을 통제만 하려 한다면 그들은 교회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젊은이들이 잘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억압하거나 어떤 틀에 넣어선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들이 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자와 부모 등의 성인들이 먼저 모범을 제시해야 합니다.”

프랑스 파리가톨릭대학교 총장 필립 보르덴(Philippe Borduyne) 몬시뇰은 “젊은이들의 행동 변화는 점진적으로 나타나기에, 교육의 길은 매우 인내심이 필요하고 쉽지 않은 여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또래 폭행 등의 옳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그 문제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어른들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젊은이들이 스스로가 다른 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필립 보르덴 몬시뇰은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린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이하 주교시노드)의 전문위원을 맡았으며, 내년에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진행될 주교시노드 준비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윤리신학자이자 가정·청소년 사목 전문가다.

특히 보르덴 몬시뇰은 현대 젊은이들의 특징에 관해, “한편으로는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소외돼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 등으로 철저히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 또한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길 원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이러한 젊은이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집이 돼야 하고, 하느님께선 젊은이들을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줘야 합니다.”

때문에 젊은이들은 그저 ‘가르칠’ 대상이 아니라 ‘의견을 내고 함께 배우고 함께 나아갈 동반자’로 대해야 한다는게 그의 사목적 조언이다. 그들만의 고유한 사고와 삶의 방식이 있는데, 어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조절, 통제하려 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교회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르덴 몬시뇰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고 함께 배우는 자세만이 그들이 교회 안에서 올바로 머무를 수 있게 해준다”면서 “무엇보다 교회 지도자들은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년에 열리는 주교시노드에 앞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시노드에 젊은이들이 직접 참가해 스스로 의견을 밝히는 것 또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르덴 몬시뇰은 종교와 사회를 분리시키려 하는 세속화와 종교를 문화의 하부구조로 만드는 그릇된 사회흐름에 관해 지적하고, “종교가 문화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신자는 물론 비신자, 타종교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학문연구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가톨릭계 학교들의 운영과 연대는 바로 이러한 역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번 한국 방문도 가톨릭대 신학대학 국제학술심포지엄 주제발표를 비롯해 파리가톨릭대 신학대학과 수원가톨릭대와의 학술교류 협약 등을 위해 이뤄졌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