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안하고 계산하다
하샤브는 원래 ‘(천을) 짜다’는 뜻이었는데, 그런 본래의 의미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말 ‘짜다’도 ‘실을 결어서 천을 만들다’는 뜻도 있고 ‘의논하여 계획을 세우다’는 뜻도 있으니 이 점에서도 히브리어와 우리말이 통한다고 할 수 있다. 하샤브는 머리를 짜내어 계획이나 생각의 틀 등을 고안하는 것을 의미했다.
몇 가지 예를 보자. 이집트에서 탈출한 백성이 주님의 성막을 지을 때, 주님께서는 ‘유다 지파에 속한 브찰엘”을 지명하셨고, 그는 하느님의 영으로 충만하여, “여러 가지를 하샤브하여(고안하여) 금, 은, 청동으로” 갖가지 성물을 만들었다.(탈출 31,1-4; 35,30-32)
숫자를 헤아리는 것도 하샤브라 했다. 하느님은 작고 가난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과거의 어려운 때를 잊지 말라고 권고하시고, 희년 규정을 두시어 토지(자본)나 인력의 독점과 착취를 방지하고자 하셨다. 그래서 희년이 되면 백성은 “제 소유지를 되찾아야 한다.”(레위 25,13) 또한 이스라엘 사람이 종이 되면 희년에 그를 풀어주어야 했다.(25,40) 그러므로 종을 사고팔 때는 “희년까지가 몇 해인지 하샤브하여(헤아려), 그 햇수에 따라”(25,50) 값을 매겨야 한다. 만일 “희년까지 남은 햇수가 얼마 되지 않으면, 그 햇수에 따라 하샤브한(계산한) 다음”(25,52) 값을 치러야 한다. 만일 자기 밭을 주님께 봉헌하면, “사제가 희년까지 얼마인지 하샤브하여(따져) 그 값의 총액을 계산한다.”(레위 27,23)